『올 국감도 저질감사』…『개선된 것없다』65%

  • 입력 1998년 11월 11일 19시 10분


11일 끝난 새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는 판문점 총격요청사건 등으로 인한 여야의 극한 대립속에서 진행돼 정책감사의 본궤도에서 벗어나 여야간 정쟁의 장(場)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기에 일부 의원들의 멱살잡이와 음주감사 등의 추태까지 겹쳐 질적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날 발표된 이번 국정감사에 대한 한 여론조사 결과는 ‘과거와 다를 바 없다’가 64.9%로 가장 많았고 ‘더 나빠졌다’는 15.9%, ‘더 좋아졌다’는 14.1%였다. 또 바람직한 국정감사를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의 성실한 태도가 중요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57.9%, 피감기관들의 답변자세가 중요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37%였다.

여야의 감정싸움으로 감사가 파행으로 치달은 경우는 한두건이 아니었다. 지난달 27일 서울지검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총격요청사건을 둘러싸고 하루종일 말싸움만 벌이다 정작 답변은 1시간도 채 듣지 못한 채 감사를 끝냈다. 같은날 정무위 감사에서 여야 두 의원은 멱살잡이까지 하며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주고받는 ‘난투극’을 벌이기도 했다.

3일 농협중앙회에 대한 농림해양수산위 국정감사에서도 난데없이 농협직원의 광명을 보궐선거 지원문제가 불거져나와 농협직원의 증인채택여부를 놓고 여야가 입씨름만 벌이다 질의조차 못했다.

2,3일의 경기도와 서울시에 대한 행정자치위 감사에서는 여야가 상임위의 소관사항도 아닌 임창열(林昌烈)경기도지사의 환란책임 문제를 놓고 격돌, 정회를 거듭한 끝에 속기록 발언 삭제소동까지 빚었다.

환경노동위에서는 퇴출은행원을 불러놓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비자금 은폐여부를 묻는가 하면 교육위에서는 여야의원간에 ‘욕설경연’이 벌어지는 추태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번 국정감사 활동을 모니터한 정치개혁시민연대는 “감사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의원들의 개인적 추태는 사라졌으나 여전히 정치투쟁의 장으로 전락한 감사활동이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국회의 한 입법조사관은 “의원들의 질의를 정책이다, 정쟁이다 식으로 일도양단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그러나 법사위 재경위 등 몇몇 상임위에서 여야의원들은 상당 시간을 감정싸움에 치중했다”고 말했다.

정부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우리 부에 대한 감사를 지켜본 바로는 정책 또는 실제 업무와 관련된 질의는 절반이 채 안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회의 김근태(金槿泰)의원은 ‘국정감사, 새롭게 발전돼야한다’는 제목의 국감평가서를 통해 “정확한 근거나 자료를 수반하지 않는 여야간 논쟁으로 인해 상당히 중요한 사안들이 주마간산식으로 넘어간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김중위(金重緯)정무위원장은 “정쟁으로 비친 부분은 여야간 대립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됐기 때문”이라며 “감사원 감사와 국회의 행정부 감시기능을 제도적으로 연계시킬 수 있는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영찬 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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