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영수회담 무산 「네탓」공방]

  • 입력 1998년 11월 9일 19시 46분


영수회담이 무산된데 대해 여야는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여권은 9일 열릴 것으로 기대했던 영수회담이 무산된데 대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지도력 부재 등을 거론하며 답답해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영수회담 무산에 따른 여론의 부담 등을 고려, 인내심을 갖고 한나라당의 태도변화를 촉구키로 했다.

청와대는 여야 총무회담에서 결정한 사항을 이총재가 뒤집어 회담이 성사되지 못했다며 불쾌한 표정이다. 또 이총재가 고문과 불법감청 근절 등 3개항에 대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확답을 요구하자 “청와대에 와서 얘기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며 전례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국민회의 고위당직자는 “한나라당이 각 계파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총재가 이런저런 꼬투리를 달지 말고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련 이완구(李完九)대변인도 “경제청문회 개최 등 당연한 문제를 가지고 회담 자체가 무산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한나라당이 대승적 차원에서 총재회담을 수용하기를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여권이 회담 무산의 책임을 한나라당 쪽으로 떠넘기는데 대해서는 발끈하면서도 추가협상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였다.

청와대의 회담 연기 발표 이후 이총재는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 박희태(朴熺太)원내총무 변정일(邊精一)비서실장 등과 구수회의를 거듭했으나 안상수(安商守)대변인을 통해 여야 협상경위만 간단히 발표했다.

안대변인은 “국민회의에서 여야 총무가 합의한 내용을 한나라당이 뒤짚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여당이 주장하는 합의문은 당지도부와 협의하기 위한 초안에 불과하다”면서 “한나라당이 합의내용을 번복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고위당직자는 “이총재로서는 당내 입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사정 고문 정계개편 등에 관해 영수회담에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김대통령도 이런 입장을 이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체포동의안이 제출됐거나 사정대상으로 떠올라 있는 의원들은 영수회담이 열릴 경우 불구속 수사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에 한때 기대를 걸었으나 영수회담이 연기되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특히 사정대상으로 거론돼온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영수회담의 무산이 여권핵심부의 심기를 자극, 역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에 대해 초조해 하기도 했다. 한 의원은 “영수회담이 원만하게 이루어져 더이상 표적사정 시비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차수·양기대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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