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영수회담 협상」 기세싸움

  • 입력 1998년 10월 28일 19시 13분


‘판문점 총격요청사건’ 수사결과 발표 후 곧 성사될 것으로 예상됐던 여야 영수회담이 지연되고 있다. 여야 모두 양보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기세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은 우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총풍’과 ‘세풍’사건에 대해 입장을 표명해야 영수회담을 할 수 있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당에서 영수회담을 위해 한나라당과 협의중이지만 아직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세풍과 총풍사건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채 국정감사에서 계속 논란이 되고 있고 한나라당 이총재도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국민회의 관계자도 “이총재가 두 사건에 대해 공식사과하지 않으면 영수회담이 열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국세청을 통해 불법모금된 돈이 한나라당에 대선자금으로 흘러들어갔고 총격요청 3인방도 이총재의 당선을 위해 뛰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총재가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게 여권의 입장이다.

여권의 이같은 태도에 한나라당도 발끈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안상수(安商守)대변인은 28일 주요당직자회의가 끝난 뒤 “한나라당이 마치 영수회담 조기성사를 위해 매달리고 있는 것처럼 여권에서 주장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결코 영수회담을 구걸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당직자도 “여권에서 영수회담의 전제조건을 내거는 것은 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총풍사건 수사결과 발표로 오히려 다급해진 것은 여권”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검찰이 총격요청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총재의 연루설을 암시하는 듯한 표현을 한데 대해 불쾌한 반응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표면적 분위기와는 관계없이 여야는 내달 11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중국방문 전 영수회담을 열기 위해 물밑접촉을 계속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과정에서 ‘이총재 사과’라는 전제조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가장 큰 현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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