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北 금강산관광 계약서 합의]남쪽가족과 통화 가능

  • 입력 1998년 7월 23일 19시 45분


금강산관광을 위해 북한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북한에서 남한 가족들과 전화통화를 할 수 있으며 북한체제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북한 당국에 억류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현대측과 금강산관광을 위한 후속 실무협상을 갖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신변안전과 통신에 관한 부속계약서에 합의했다고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가 23일 밝혔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에 따라 통신과 신변안전문제에 관한 우리측 요구를 전격 수용했다”고 전하고 “북한의 이같은 태도는 뜻밖의 진전이며 금강산관광의 최대 장애가 제거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예정대로 9월 25일 첫 유람선 출항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그동안 신변안전문제로 진척이 없었던 속초―나진간 페리호 운항을 통한 백두산관광논의도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와 북한의 아태평화위원회가 작성한 부속계약서에 따르면 △관광객들은 신원진술서 없이 성별 이름 나이만을 북한측에 통보하면 되고 △관광객을 실은 유람선은 영해를 통해 북한의 잠수함기지인 장전항으로 들어가며 △관광객들은 유람선에서 공중전화를 통해 남한의 가족들과 통화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와 관련, 한 당국자는 관광객들이 보다 편리하게 통화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 사용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또 계약서에 ‘북한의 사회관습을 이유로 관광객을 억류하지 않겠다’고 명시한 것은 김일성(金日成)부자에 대한 호칭이나 북한체제에 대한 언급을 이유로 관광객을 억류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약서는 이밖에 금강산관광과 관련해 분쟁이 생길 경우 양측이 우선 해결을 시도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남북한 당국자가 1명씩 참여하는 6인 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해 해결하고 그래도 해결이 어려울 때는 국제분쟁조정기구에 넘기기로 했다. 한편 금강산 관광개발사업을 위한 현대 실무진 19명은 28일 베이징을 통해 방북해 북한측과 금강산관광 입장료를 포함한 세부 사항을 추가 협의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북한은 이달초 백학림(白鶴林)사회안전부장 명의로 현대에 금강산관광객과 실무자들의 신변을 포괄적으로 보장하겠다는 내용의 사전 각서를 보내 왔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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