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투개표 이모저모]출구조사 압도 후보 自祝파티

  • 입력 1998년 6월 5일 07시 50분


《6·4지방선거는 전국적으로 비교적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으나 투개표는 별다른 사건 사고 없이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개표작업은 밤새 진행됐고 일부 접전지역의 후보와 지지자들은 새벽까지도 엎치락 뒤치락 하는 득표율을 지켜보며 가슴을 죄었다.》

▼ 개표 ▼

○…이번 선거는 광역 및 기초단체장과 의원을 동시에 뽑기 때문에 각 선거구별 개표소는 대선이나 총선 때보다 개표요원들이 두배나 많은데다가 후보별 참관인들까지 늘어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서울 강남구 수도전기공고 체육관에 마련된 강남을 개표소에는 지난 대선보다 두배나 많은 2백50명의 개표요원이 동원됐고 개표라인 역시 8개로 두배 늘였다.

선관위측은 또 각 정당, 후보별 참관인 1백여명이 몰려와 혼잡을 빚자 참관인의 출입을 단체장과 의원선거 개표별로 제한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이같은 상황은 송파갑 개표소인 송파구 잠실고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선관위측은 한때 개표장 출입문을 닫고 필수요원 외에는 출입을 제한하기도.

○…전남지사선거에 단독출마한 국민회의 허경만(許京萬)후보는 득표율이 일찌감치 당선확정선인 30%를 넘자 흡족해 하면서 “국가적 경제난을 감안해 당선축하용 화환 난 등을 일절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

허당선자는 5일 오전 일찍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과 5·18묘지 등을 차례로 참배하고 도청에 정상출근, 도지사실에서 간부회의를 주재하는 등 정상집무에 들어갈 예정.

○…자민련 최기선(崔箕善)인천시장후보 캠프는 오후 6시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최후보가 한나라당의 안상수(安相洙)후보를 20% 이상 앞선 것으로 나타나자 일제히 환호성. 최후보는 선거운동원들을 격려하고 이어 밤 9시경에 시청 2층에 마련한 개표상황실에 들러 직원들과 샴페인 파티를 벌임으로써 일찌감치 자축연을 가졌다.

○…한나라당 김진선 강원도지사후보는 방송사들이 자신의 승리를 예측하는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한 오후 6시경 춘천시 사무실에 도착, 30여명의 지지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김후보는 빌딩 4층에 마련된 상황실에 들어서자마자 선거운동을 총지휘한 형 진혁씨(56·사업)와 부둥켜 안았는데 진혁씨는 감격의 눈물을 참지 못했다. 김후보는 이어 지지자들과 함께 만세삼창을 한후 자리에 앉아 형과 두 손을 꼭잡고 개표방송을 지켜봤다.

○…울산시장의 한나라당 심완구(沈完求)후보진영은 4일 오후 6시 KBS1 MBC SBS 방송3사가 출구조사 결과 심후보의 우세를 알리자 환호성을 지르며 일찌감치 승리를 예감. 특히 MBC가 경쟁자였던 무소속 송철호(宋哲鎬)후보를 10%포인트 가량 앞서는 것으로 보도하자 당직자들은 “이미 승부는 끝났다”며 기립박수.

○…국민회의 고재유(高在維)광주시장 후보진영은 당선확정에도 불구하고 “득표율이 최고 60%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개표전 방송보도가 첫 투표함을 열면서부터 현실로 확인되자 적잖이 당혹해 하는 분위기.

고후보측 참모들은 “마구잡이 흠집내기 작전을 동원한 상대후보의 선거운동에다 경선과정 대의원 금품수수의혹사건과 투표직전 나주시장후보 공천금품수수사건까지 겹쳐 악재로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

○…한나라당과 자민련 후보가 상당수 격돌한 대구 경북지역에서 선거개표결과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와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의원의 희비가 엇갈려 눈길. 특히 포항시는 박총재가 현직시장을 공천한데다 자신의 텃밭인 이 곳을 ‘영남권 녹색바람의 근거지’로 점찍고 꾸준히 표밭을 일궜는데도 한나라당후보에게 뒤지자 허탈한 표정.

반면 4일밤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에 위치한 선거사무실에서 운동원들과 개표방송을 지켜본 박근혜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달성군은 물론 포항시 개표결과를 불안하게 지켜보다 자정이 가까워지면서 같은 당 후보가 승기를 잡자 운동원들의 연호에 만면에 웃음을 띄었다.

○…당초 무소속 후보의 우세가 점쳐져 국민회의가 총력 지원유세를 펼친 전남 무안군은 현 군수인 무소속 이재현(李栽賢)후보가 국민회의 오남택(吳南鐸)후보를 큰 표차로 따돌리고 당선. 이후보는 “국민회의에서 중앙당 거물급 인사와 연예인들을 동원하고 연일 정당연설회를 개최해 힘든 선거전을 치렀다”면서 감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 투표 ▼

○…인천 강화군 삼산면 미법도(제6투표소) 섬 주민들은 지난해 대통령선거에 이어 전국투표소 가운데 가장 먼저 투표를 마쳤다. 주민 28명 중 투표권을 가진 23명(부재자 1명 제외)은 오전 6시 미법 양곡 창고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14분만에 투표를 완료. 주민들 중 상당수는 자녀 학교 관계로 인천 등에 나가 있지만 선거때만 되면 돌아와 투표를 해왔다.

○…국토 최남단 마을 제주 남제주군 대정읍 마라도 주민들은 4일 오전 9시 남제주군이 제공한 어업지도선을 타고 섬을 빠져나와 대정읍 하모3리사무소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귀중한 한표를 던졌다. 마라도는 전체 유권자가 64명이나 그나마 섬에 거주하는 유권자는 22명 밖에 안돼 이번 선거운동 기간 중에 어떤 후보도 마라도를 찾지 않았다.

○…경남 창원시 소답동 창원 향교 투표소에서는 선거운동원들 간에 투표를 먼저 하기 위해 실랑이를 벌이다 끝내 주먹질로 번져 이중 한 명이 병원으로 실려갔다. J시의원후보와 K후보의 운동원들인 이들은 ‘먼저 투표하면 당선된다’는 속설에 따라 투표열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려고 오전 3시20분부터 투표소에 나와 기다리다가 서로 충돌.

김해시장후보에 출마한 또 한 후보는 이날 누구든 자신을 지지하는 처녀가 가장 먼저 투표하면 당선된다는 속설에 따라 박모라는 젊은 여성을 오전 2시부터 투표소입구에서 기다리게 했다가 1착으로 투표하도록 했다.

○…50년만에 영구귀국한 ‘훈’할머니 이남이(李男伊·73)씨도 경북 경산시 동부동 계양유치원에 마련된 제5투표소에서 국적회복 후 첫 투표권을 행사. 올해 1백12세로 서울시 유권자 중 최고령인 손영만(孫永萬)옹도 용산구 효창동 금양초등학교에 마련된 제2투표소에서 신성한 주권을 행사.

▼ 이색당선자 ▼

○…경북 울진군수선거에서는 국민회의 신정(申丁·56)후보가 현 군수인 한나라당 전광순(田光舜·62)후보를 꺾음으로써 영남권에서 사상 처음으로 ‘국민회의 출신 기초단체장’이 탄생됐다. 2군 부사령관 출신인 신당선자는 올 3월 국민회의에 입당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울진군이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의 텃밭인 점도 승리에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신후보는 “동서화합을 통한 지역감정의 해소와 새로운 변화를 갈망한 군민들의 열망이 표로 나타난 것”이라면서 “앞으로 국민회의의 경북지역 교두보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시장 후보경선에서 강운태(姜雲太)전 내무부장관, 송언종(宋彦鍾)현 시장 등 ‘거물’들을 물리치고 본선에서도 무난히 승리한 국민회의 고재유(高在維·61)후보는 검찰 서기에서 시장에 오르는 신화를 낳았다.

전남 광산군 대촌면(현재 광주 광산구)출신인 고후보는 광주사범학교를 나와 한 때 교사로 근무하다 광주지검 서기로 관계에 발을 들여놓은 인물. 그는 검찰서기에서 행정직으로 돌아 사무관 부이사관으로 승진했고 이 과정에서 야간대학을 마치고 법학박사학위까지 받는 집념을 보였다.

○…JP 텃밭인 충남 논산에서는 국민신당의 전일순(田鎰珣·65)현시장이 자민련 김갑생(金甲生·62)후보를 누름으로써 전국을 통틀어 유일한 국민신당 출신 단체장이 됐다. 전당선자는 자민련의 공천을 받지 못해 국민신당후보로 나섰는데 재임중에 다져놓은 지지기반과 논산(연산)이 고향인 이인제(李仁濟)당고문의 집중적인 세몰이 덕분에 승리했다.

○…한나라당 권혁승(權赫昇·46) 강원 평창군수 당선자는 평창군 환경보호과장 출신으로 현 군수인 국민회의의 김용욱(金容郁·62)후보에게 승리했다.

권당선자는 환경보호과장 재직시 강원도 횡계 하수종말처리장 설치문제를 놓고 당시 김군수와 의견이 맞지 않아 군민들의 표로 심판받고 싶어서 출마해 당선됐다고 관계자들은 전언.

○…전남도지사선거에 단독출마해 당선된 국민회의 허경만(許京萬)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선거 10연속 불패신화’를 기록.

허당선자는 79년 고향 순천에서 10대 의원선거에서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국회의원 5선과 평민당부총재 경선, 도지사 당내경선 및 본선 각 2회 등 내리 10승을 거둔 것.

〈전국종합〓6·4선거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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