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국민과의 대화」/발언요지]

  • 입력 1998년 5월 10일 19시 58분


―외환위기 해소책은….

“지금의 위기는 수십년 동안 과거 정권이 저질렀던 잘못이 한꺼번에 우리에게 닥쳐온 것이다. 단기채를 장기채로 연장해 급한 불은 껐지만 빚은 빚이다. 3월말 현재 IMF 기준으로 1천5백13억달러가 여전히 빚으로 남아 있고 이자도 물어야 한다.

외환위기의 근본 원인은 외국자본 대신 이자만 늘어나는 빚을 자꾸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빚은 이자를 내야 하고 또 잘못 운영하면 빚을 빌린 쪽이 파산하지만 외국인투자는 매년 이자를 내지 않아도 되고 원금상환에 쫓기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이익은 나눠 갖는다. 우리는 여전히 위기 속에 있으며 1,2년은 고생을 더 해야 한다.”

―현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는….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과거처럼 경제개혁을 떠들다가 중간에 그만두는 일은 절대 없다. 법으로 한다. 정경유착도 없고 관치금융도 없다.”

―실업대책과 기대되는 성과는….

“지금까지 주로 중소기업의 도산 때문에 실업자가 많이 나왔으나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더 많은 실업자가 생길 것이다. 최선의 실업대책은 일자리를 유지하고 아울러 새로운 일감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앞으로는 평생직장보다 평생직업이 중요하기 때문에 직업훈련사업이 중요하다.

실직자의 은행대출이 은행창구에서 지체되고 있기 때문에 은행협회와 노동부가 주관해서 창구행원을 교육시키고 또 법적으로 은행원들도 자기 책임 하에 대출을 해주면 그것이 부실화됐을 때의 책임문제 등에 따른 제도를 개선시켜 나가겠다.”

―재벌개혁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재벌개혁이 늦어질 경우 우리 경제에 위기가 다시 닥칠 것이다. 재벌은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은행 빚으로 방만하게 경영해온 기업은 재무구조가 튼튼한 외국기업과 경쟁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진작부터 올바른 민주주의를 해서 정경유착, 관치금융을 하지 않고 한보같은 부실대출을 하지 않았다면 은행이 이렇게 망쳐지고 권력과 결탁한 기업인이 부자가 되는 사회가 되었겠는가.

지난주 몇몇 상위재벌들이 구조개혁계획을 발표했다. 이전보다 한결 진일보했고 그들 나름으로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 이행상황를 지켜보고 더 강도높은 개혁을 촉구할 것이다.”

―부당해고에 대한 근로자들의 우려가 많은데….

“기업체 대표들에게 정리해고가 불가피할 경우 법대로 노조대표와 협의하라고 했으며 정리해고 전에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조정 등 해고회피노력을 충분히 하도록 요구했다. 근로자들도 불가피한 정리해고는 수용해야 할 것이다.

국내기업만으로는 일자리 마련에 한계가 있다. 일부가 일자리를 잃더라도 외국자본이 들어와서 기업을 살리고 다수가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택할 것인가.”

―제2기 노사정위 구성 전망은….

“1기 노사정 합의는 우리 헌정사 최초의 사건이며 선진국도 놀란 역사적인 과업이다. 2기 노사정위의 협의 결과를 보고 투자를 결정하겠다는 외국투자가들이 많다. 외국에서는 우리의 노동운동을 강경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노동자들은 일터를 마련하라고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사실 일터를 쫓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우리에게 투자하려던 외국자본들이 발걸음을 돌리고 국제적 신용을 떨어뜨리고 있다.

그동안 노조운동을 강경으로 몰아간 원인 중 하나는 역대 정권이 노조를 탄압하고 시종일관 기업을 편든데 따른 뿌리깊은 불신이다. 국민의 정부는 분명히 다르다. 노조지도부도 현 정부를 대화와 토론이 가능한 상대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합의된 사항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법절차는 존중돼야 한다. 2기 노사정위의 조기 출범으로 상호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외국자본이 국내에 몰려오게 해 경제를 살리고 국난을 극복해야 한다.”

―금융개혁과정에서의 중소기업 자금난과 고금리현상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중소기업 중심의 기술집약적인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게 하는 풀뿌리기업이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고용이 창출되기 때문에 중소기업 살리기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

정부는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과 일시적으로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는 우량중소기업이 흑자도산하지 않도록 자금지원을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고금리 완화를 위해 IMF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 본격적인 금리하락이 가능하려면 외환시장이 안정되고 부실금융기관과 부실기업이 정리돼야 한다.”

―호남편중인사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은데….

“인사문제에 있어서 일부의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오해도 있고 과장된 면도 있다. 50년만의 정권교체에 따라 권위주의 정권의 적폐를 최단시일 내에 해소하면서 오랫동안 편중됐던 인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겪는 과정상의 진통이다.

호남출신이 너무 많다는 얘기는 사실과 다르다. 정권을 뒷받침하는 ‘빅3’ 즉 국무총리 안기부장 청와대비서실장이 모두 다 비호남출신이다. 장차관급 전체로 볼 때 김영삼(金泳三)정부에서는 영남출신이 42%를 차지한 반면 국민의 정부에서는 호남출신이 22%에 불과하다.

2백68개 정부산하단체장을 분석해본 결과 호남과 영남출신이 김영삼정부 때에는 각각 9.7%와 35.1%였으나 지금은 각각 18.8%와 33.2%로 비율이 달라졌다. 지역적으로 편차가 생기지 않도록 앞으로 더 꼼꼼하게 챙기겠다. 지난 정부조직 개편 때 한나라당의 반대로 추진하지 못한 인사위원회가 설치돼 있다면 중립적이고 종합적으로 인사정책을 펼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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