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국민과의 대화]『금고엔 빚문서뿐…꼭 책임묻겠다』

  • 입력 1998년 1월 19일 07시 46분


김대중차기대통령은 이날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경제파탄의 원인 및 책임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반드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김차기대통령은 이날 몇번씩 “기가 막힌다” “빚진 죄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해가며 외채가 5년만에 4백억달러에서 1천5백억달러로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에 대해 “뚜렷이 쓴 곳도 없고…” “전쟁을 한 것도아닌데…”라며어이없어했다. 먼저 김차기대통령은 첫번째 질문자가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경제위기의 실상을 묻자 “분노에 찬 목소리로 질문하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당선해서 금고문을 열어보니 단돈 1천원도 없고 빚문서만 수북이 쌓여 있는 것과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3월말까지 상환기일이 돌아올 단기외채는 2백51억달러인데 외환보유고는 1백20억달러밖에 안돼 나라경제가 온통 빚더미에 앉아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김차기대통령은 이날 답변을 통해 경제실정이 김영삼(金泳三)정부에서 빚어진 것임을 명백히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연 현정부가 나라꼴이 이 지경이 되도록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국민을 속인 것이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김차기대통령은 서울대 경제학부의 이태환씨가 경제위기 대책과 경제청문회를 열 것인지를 잇달아 묻자 “두번째 질문에 먼저 대답하겠다. 새정부가 수립되면 가까운 장래에 반드시 (청문회를) 한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금년 한 해를 살아보면 얼마나 힘들고 기막힌 일이 많이 벌어질 것인지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다. 중소기업인이 빚독촉에 심장마비로 숨졌다는 말까지 들리고 있다”면서 경제실정으로 인해 국민들이 당할 고통부터 화제에 올렸다. 김차기대통령은 따라서 나라를 빚더미로 몰아넣은 사람들이 누구인지 반드시 가려내고 그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경제파탄 책임자가 누구인지 가려내는 것은 절대로 정치보복이 아니며 미국과 같은 선진국 의회에서는 상임위 등을 통해 일년 내내 책임추궁을 위한 청문회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김차기대통령은 경제파탄의 원인에 대해서는 민주주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평소 지론으로 답했다. 즉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으로 인해 은행장을 마음대로 임명하고 한보와 같은 기업에 4조5천억원이 넘는 돈을 빌려주는 바람에 은행의 신용이 떨어져 나라가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IMF사태에 빠지게 된 진상을 규명하는 데 국민도 적극 동참해주기 바란다고 거듭 촉구했다. 〈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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