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총서 불만 폭발…『당지도부 물러나라』성토

  • 입력 1998년 1월 14일 1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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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통령선거 패배 이후 두번째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는 예상대로 시끌시끌했다. 자유토론이 생략됐던 첫번째 의총 때와는 달리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서는 ‘당 지도부 총사퇴’ 주장부터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합당 원칙 파기’ 등 온갖 주장들이 백화제방(百花齊放)처럼 쏟아져 나왔다. 먼저 나선 조순(趙淳)총재는 인사말을 통해 “요즘 여론과 언론은 우리에게 응분의 이해와 성원을 보내주지 못하고 있다”며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강자에게는 좋은 말, 약자에게는 불리한 말이 많이 나오지만 우리 나라에서 이 경향이 심하다”며 첫머리부터 환경여건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조총재는 당내에서 일고 있는 총재 조기퇴진론을 의식한 듯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합당은 당시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총재와 나, 신한국당과 민주당 등 개인과 당 사이의 약속뿐만 아니라 국민에 대한 약속이자 맹세였다”며 합당시의 ‘총재 임기 2년보장’합의를 상기시켰다.조총재는 “당시 민주당내에서는 국민신당과 합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이인제(李仁濟)후보와 연대하면 지지율이 60%를 넘어간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나는 이를 단호히 물리쳤다”며 당시 상황을 구구히 설명했다. 그러나 조총재의 인사말이 30분 가량 길어지자 의원석에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왔다.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안상수(安商守)의원은 “다른 순서 생략하고 바로 자유토론으로 들어가자. 총재가 30분이나 하는 바람에….”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했다. 박희태(朴熺太)의원은 한술 더 떠 “그렇게 오래 해놓고 무슨 토론이 되겠느냐. 그게 김빼기지 뭐냐”며 대놓고 비아냥댔다. 조총재가 코너에 몰리자 이한동(李漢東)대표는 “현행 당헌상 총재는 3월10일 정기전당대회 때부터 2년의 임기를 보장받고 있다”며 “총재의 임기에 변화가 생기려면 당헌을 조정해야 하고 총재의 결심이 뒤따라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조총재를 감쌌다. 이대표는 “당내 일각에서는 조기 전당대회 개최 얘기도 나오지만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합당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정식 한나라당 대의원은 중앙당직자 등 11명밖에 없는 상태”라며 “전당대회를 하려면 조직 정비를 통해 대의원부터 확정해야 한다”면서 조기 전당대회 개최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자유토론에 나선 의원들은 당 지도부에 맹폭을 퍼부었다. 서훈(徐勳)의원은 “내가 발언하는 것은 개인 의견이 아니라 대구지역 위원장들의 총의를 모은 것”이라고 전제한 뒤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진 책임으로 당 지도부는 모두 사퇴하고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황규선(黃圭宣)의원을 비롯한 대다수 의원들은 “자민련이 ‘무서운 정치’를 들먹이며 우리 당을 협박하고 있는 것을 결코 용납해서는 안된다”며 김종필(金鍾泌)자민련명예총재의 총리 인준 불가론을 내세웠으나 이대표는 “그때 가서 당론으로 결정하면 된다”고 반박하는 등 내내 소란이 가시지 않았다. 〈박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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