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여당?’
과거 권위주의 시절 대통령이 ‘강한 여당’을 주창했다면 국민은 ‘법안 날치기’나 ‘밀어붙이기 국정운영’을 연상했을지 모른다.
소수여당 총재인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이 8일 국민회의 당직자들에게 ‘강한 여당’으로의 변신을 주문했다. 그는 유재건(柳在乾)총재비서실장을 통해 당무회의에 전한 인사말에서 “강한 정부와 대통령도 중요하나 강한 여당이 있어야 행정이 수월해 진다”고 말했다. 또 “대선 이후 당원들이 목표상실과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허탈감에 빠져있다는 말을 듣고 있으나, 인내하고 말을 자제하며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당내에서는 김차기대통령이 던진 화두, ‘강한 여당’이 단연 화제였다. 뭘 의미하는지, 왜 그런 주문을 했는지, 당장 어떻게 하라는 건지 등 의문이 꼬리를 이었다.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은 “내실있고 실력있는 정당을 말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책개발을 주도,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는 의미”라는 것. 정부정책에 비판만하고 책임 지지 않던 ‘야당체질’에서 속히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따라 당 기구도 대폭 개편된다. 정책위의장 밑에 각 분야별 정책조정실이 생기고 민원실도 틀을 다시 짠다. 싱크탱크 역할을 할 부설 연구소도 설립할 계획이며 홍보기능을 강화하고 여론조사를 상설화한다.
“말을 자제하라”는 메시지에도 상당한 의미가 들어있다. 인수위활동에서 빚어진 정책혼선과 중구난방이 책임없이 말을 던지는 야당 체질이라고 보아 이를 경고한 것이란 풀이다.
김차기대통령은 또 집권에도 불구하고 더욱 자세를 낮출 수밖에 없는 당직자들에게 무언가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 같다. 테크노크라트를 중심으로 한 전문가 중용 인사원칙이 흘러나오며 호남출신 당직자들의 소외감이 깊어가는 사실에도 그는 주목하는 것같다. 결국 “실력과 경쟁력을 갖춘 당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을 하려는 것 아닐까.
〈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