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한에서는 식량문제를 포함한 경제난의 심화와 민심의 이반 등으로 인해 체제위기가 증대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북한당국은 이같은 체제위기를 극복할 종합적이고 확실하며 일관된 정책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가운데 임시방편적으로 대처하는 대증(對症)요법적 처방의 모습만을 보여 왔다.
그와 같은 상황은 올해에도 지속될 소지가 많으므로 북한당국은 ‘체제유지와 정권의 공고화’를 최우선 국가목표로 계속 견지할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올해 안에 김정일(金正日)의 국가주석직 승계를 비롯해 지금까지 미루어 온 인사개편을 통한 김정일 체제기반 구축, 공포정치를 통한 내부단속 강화, 그리고 투자유치 및 농업정책개선 중심의 경제난타개 모색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이 정도 조치로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지도부는 ‘자구적 노력’과 ‘외부 지원’이 없이는 현 난국을 타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점차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구적 노력’과 관련해서는 1970년대 후반 중국이 개방 개혁에 대해 취했던 ‘4대 원칙(공산당 주도, 사회주의 체제 고수, 인민독재, 마오쩌둥·毛澤東 사상견지)’과 유사한 새로운 경제원칙을 수립함으로써 통제적 제한적 개방 개혁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현재의 중국 베트남보다 한두 차원 낮은 형태의 발전모델로 북한식 주체형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은 자유무역지대를 신의주 남포 원산 등지로 확대하고 관광특구를 지정하며 투자유치를 위한 대외활동을 강화할 것이다.
아울러 개인영농식 텃밭의 범위 확대를 비롯해 농민시장에서의 사적(私的)거래에 대한 통제완화, 분조계약제 확대, 독립채산제 강화 등의 조치도 취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시장경제원리와 통제완화 등을 배제한 이같은 정책의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한 ‘외부 지원’과 관련해서는 북한은 유연한 변화모습과 평화 제스처를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미국 일본에 대한 접근 노력을 강화하고 유엔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중국과의 전통적인 우호관계 복원에 주력할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외부지원을 원활히 얻어내기 위해선 남북관계 개선이 뒤따라야만 한다. 이 점에서 그동안 남북대결과 실리추구라는 이중정책을 펴온 북한의 태도변화가 주목된다.
최근의 정황으로 보아 북한은 4자회담의 틀 안에서는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4자회담과 병행하여 남북 당국간 대화에 호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이 남북대화에 나온다 하더라도 식량 및 경제적 지원을 많이 받아낼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회담을 진전시킬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부정적 태도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총체적으로 한반도 상황은 남북 모두 위기 국면에 처해 있는 한민족 수난의 시대를 맞고 있다.
남한은 국가 부도 위기에, 북한은 체제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특히 통일을 주도해야 할 우리 입장에서는 경제회생의 과업과 함께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에 따른 통일부담을 동시에 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송영대 (민족통일중앙협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