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3후보 회동 스케치]기껏 만나 줄곧 舌戰만

  • 입력 1997년 12월 13일 20시 42분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주요3당후보의 긴급회동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사항을 준수한다는 정치권의 다짐을 대외적으로 밝히기 위한 「모양갖추기」 자리였다.

청와대측은 각 정파와의 사전 의견조율과정에서 이미 이같은 취지를 설명했고 사전에 공동발표문까지 준비해 놓았다.

그러나 막상 회동은 IMF와의 재협상주장을 둘러싼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후보와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후보의 격렬한 설전장으로 변질됐다. 두후보는 1시간10분 회동시간의 70% 이상을 가시 돋친 공방으로 일관했다.

먼저 외국투자가의 불신원인에 대해 김후보는 『정부가 외채총액의 실상을 감추고 IMF 비밀문서가 국내 일간지에 보도돼 한국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나빠졌다』며 정부의 책임을 지적했다. 이인제(李仁濟)국민신당후보도 『정부가 외환에 문제가 없다고 해놓고 나빠진 외환사정의 원인이 정치권에 있는 듯이 말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거들었다. 이에 이회창후보는 『IMF와의 합의내용을 집행하는 도중 김후보가 재협상을 하겠다고 해서 문제가 생겼다』며 『말한 사람이 책임지고 사과해야 문제가 해결되는 것 아니냐』고 포문을 열었다.

이때부터 두후보간의 본격공방이 벌어졌다.

김후보는 『추가적인 협상을 말한 것뿐이다. 언어의 혼선이 있었다』고 해명한 뒤 『이후보가 그 문제로 나를 공격해 정치적인 득(得)을 보려고 애쓰는 데 오늘은 그 문제를 시비할 자리가 아니다』라고 반격했다. 이어 『국민의 7할이 재협상을 원하고 언론도 그렇게 보도했는데 내게 모든 것을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보는 계속 『문제가 생기니까 말을 바꾸느냐. 정치인으로서 말바꾸기한 것을 솔직히 시인하라』고 추궁했다. 결국 이날의 설전은 김후보가 『문제가 있다면 14일 TV토론회에서 토론하자』고 물러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설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회동 후 한나라당은 부대변인 성명을 통해 『오늘 회동은 김대통령이 김대중후보에게 면죄부를 주기위해 만든 자리』라고 「양김(兩金)」을 한묶음으로 비난했다.

김대중후보는 당사에 돌아와서도 흥분한 기색으로 『이회창후보가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다가 배석한 임창열(林昌烈)부총리에게 동의를 구하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느긋했던 이인제후보는 『이회창후보가 재협상론이 난국초래의 원인인 것처럼 소동을 피우는 데 아연실색했다』며 『밥상이 차려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고 김후보를 편들었다.

〈이동관·이원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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