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문희갑 대구시장 한나라당 막차탄 이유

  • 입력 1997년 12월 5일 08시 26분


대선을 불과 보름앞둔 지난 3일 문희갑(文熹甲)대구시장이 한나라당에 전격 입당하자 뒷말이 무성하다. 문시장의 정당선택은 전적으로 자신의 자유의사에 따른 「정치적이고도 독단적인」결정. 문시장은 그러나 이런 결정에 앞서 지난 11월 대구시민들을 상대로 자신의 정치적 진로와 관련된 여론조사를 두번이나 했다. 95년 시장취임 당시 「지역경제 되살리기와 시정에만 몰두하기 위해 정당에 가입하지 않고 임기중 무소속을 지키겠다」는 시민들과 약속을 허물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설문조사에 나타난 시민들의 반응은 「무소속 고수」와 「(한나라당)입당지지」가 반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문시장은 이날 입당성명서를 통해 「오랜 고민 사색 끝에 지역 원로들과 시민들의 뜻에 따라 한나라당 입당을 통해 정당정치의 무대에 복귀키로 했다」며 마치 자신의 선택이 시민들의 여론을 대변한 것처럼 말했다. 지역정가에서는 문시장의 이번 입당을 내년 지방선거 재출마를 위한 사전포석으로 보고 있다. TK지역에서 최근 지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막차」를 탄게 아니냐는 것이다. 95년 지방선거때 라이벌이었던 이의익(李義翊·전 대구시장) 이해봉(李海鳳·무소속·전 대구시장)의원의 잇따른 한나라당 입당도 문시장의 선택을 재촉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문시장의 한 측근은 이와 관련, 『문시장이 입당을 미룰 경우 이―이 전 대구시장을 따르는 일부 대구시공무원들에 대한 통제력 상실이 우려돼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이뤄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지역야권에서는 『문시장은 시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채 특정정당에 힘을 실어주는 기회주의적인 처신을 했다』며 『입당하려면 진작 할 것이지 대선을 불과 보름앞둔 시기에 할 게 뭐냐』며 시기의 부적절함을 비난하기도 한다. 문시장의 결단이 장고(長考)끝에 나온 악수인지 아니면 승부수인지는 대선결과와 시민들의 평가에 달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대구〓정용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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