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가 선거판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자 여론조사 결과를 이용한 「매터도」까지 횡행하고 있다.
신한국당의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19일 이인제(李仁濟)국민신당후보에게 「신한국당으로 돌아오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면서 『모 유력 중앙일간지에서 1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지지율 31%의 이회창(李會昌)후보가 이인제후보를 10%포인트 차로 앞선 것으로 전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느 「유력 중앙일간지」도 17일 그같은 여론조사를 실시했거나 의뢰한 일이 없었다. 말하자면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幽靈)」 여론조사 결과가 당성명에 인용된 것이다.
18일 신한국당내에서는 『동아일보가 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후보 34% △이회창후보 31% △이인제후보 21%로 나왔다』는 얘기가 밑도 끝도 없이 퍼졌다.동아일보측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동아일보측에 직접 확인한 사실이다』 『조사만 하고 발표는 하지 않고 있다』는 등 「그럴듯한」 부연설명까지 덧붙였다.이같은 유언비어가 어디서 어떤 경위로 「생산」됐는지는 알기 힘들다. 17일 대부분의 중앙 언론사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인제후보와 지지율 2위 각축을 벌였던 이회창후보측으로선 「귀가 솔깃한」 내용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처럼 물불 가리지 않는 행태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대변인은 성명 작성 경위와 관련, 『19일자 모 조간에 그런 기사가 실렸기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매터도를 실은 언론도 문제지만 공당의 대변인 성명에 이를 적시한 것은 결코 정상적인 판단이라고 하기 어렵다. 당내에서조차 『이대변인 성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또 한가지 문제는 신한국당측의 「법에 대한 인식(認識)」이다. 현행법에 의하면 대통령선거 실시 60일전인 10월19일부터 정당 및 후보자 명의 여론조사 실시 및 공표가 금지돼 있다. 그런데도 신한국당은 소문만 나돈 가공의 여론조사 내용을 인용, 성명으로 발표했다. 법도 안중(眼中)에 없음을 드러내놓고 보여준 셈이다.
〈박제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