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개월 동안 신한국당의 이회창(李會昌)후보 지지도가 바닥을 헤맬 때도 이후보 진영에서는 승리를 의심치 않는 목소리가 많았다. 바로 『병역문제니 뭐니해도 영남표가 어디로 가겠느냐』는 「믿음」 때문이었다.
18일 경남지역 필승결의대회에서 신한국당의 김윤환(金潤煥)공동선대위원장이 주창한 「영남권단결론」이나 민주당의 조순(趙淳)총재가 외친 『경상도가 가는 곳으로 우리나라가 간다』는 말은 바로 이 「믿음」에 불을 댕기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지난 두차례의 「대선사(大選史)」는 이들에게 충분히 「믿음」을 줄만하다. 87년 대선이 끝난 뒤 당시 노태우(盧泰愚)민정당후보 진영은 결정적인 승인(勝因)으로 전북지역 유세 때 현지 주민 한사람이 칼을 들고 노후보에게 달려든 사건을 꼽았다.
이 사건으로 노후보의 고향인 TK(대구 경북)민심이 야에서 여로 돌아서기 시작했고 이같은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기 위해 아예 광주 유세 때 「플라스틱 투명방패」를 준비한 채 군중사이에 길을 「터주고」 돌팔매를 유도한 전략이 적중했다는 게 당시 노후보 진영 한 핵심멤버의 얘기다.
한번 「재미」를 본 여권은 92년 대선에서 노골적으로 『우리가 남이가』라는 구호를 만들어 「영남권단결」을 외쳤고 급기야 「부산초원복국집 사건」이라는 웃지못할 소극(笑劇)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당시 김영삼(金泳三)민자당후보는 김기춘(金淇春)법무장관 등 이른바 PK기관장들의 밀담 녹음테이프가 대선직전 공개되자 『선거를 모두 망쳤다』며 대로(大怒)했지만 그건 오판이었다. 이 사건으로 오히려 영남표가 더욱 확실하게 결집되리라고는 김후보조차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김창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