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報주최 대선후보 사이버토론회 평가좌담]

  • 입력 1997년 11월 12일 19시 51분


《3백만 네티즌(Netizen)을 대상으로 한 15대 대선후보 초청 사이버(Cyber) 대토론회가 10일 막을 내렸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 선거사상 처음으로 PC통신을 통해 대선후보와 네티즌 유권자들이 만나는 신기원을 열었다. 네티즌들도 큰 관심을 보여 접속건수는 45만여건에 달했다. 토론회가 끝난 직후 6명의 패널리스트들은 새로운 대화채널로 등장한 사이버 토론회의 의의와 각 후보들이 밝힌 정책에 대한 평가회를 본사 8층 회의실에서 가졌다.》 ―이번 토론회는 크게 두가지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 유세정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TV토론과 함께 PC통신이 그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두번째는 네티즌들로부터 받은 질문을 압축, 각 후보 진영에 질문내용을 사전에 알려주고 정책보좌관이 대신 답변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보다 구체적인 정책을 알 수 있었던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대선후보 토론회가 재치문답이나 퀴즈맞히기 식으로 진행돼서는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토론기간중 국민신당 창당, 이회창 조순후보의 연대 등 정치적 변화가 많았는데 이런 정치상황 변화와 관련된 살아 있는 정보를 네티즌들에게 시의적절하게 전달할 수 있었던 것도 이번 토론회의 성과중 하나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동안의 대선후보 토론회가 뉴스밸류나 중장기정책 한쪽에만 치우친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이 두가지가 병행돼야 흥미와 유용성 모두를 줄 수 있는데 이번 토론회는 이런 면에서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 후보들 정보화사회 중요성 인식계기 ▼ ―전체적인 분위기를 한마디로 하면 이인제후보의 경우 미묘한 사안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히려 했고 김대중후보는 유연성이 돋보였습니다. 이회창후보는 합당직후여서인지 상당히 고무된 것 같았습니다. ―이번 토론회의 또다른 특징중 하나는 토론의 첫번째 주제를 정보화로 잡은 점이었습니다. PC토론회라는 특징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지만 대선후보들에게 정보화의 중요성을 확실히 인식시켜 주었다는 의의도 있습니다. ―정보화 토론을 통해 나타난 각 후보들의 정보화 마인드는 초보적인 수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자신의 패스워드를 무심코 공개한 후보도 있었고 E메일 주소가 의원회관으로 돼 있다고 답한 후보도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정보화정책에 대한 공부는 많이 한 흔적이 여기저기서 나타났습니다. ―앞으로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자 상거래의 경우 후보들 뿐 아니라 정책보좌관들도 충분한 연구가 안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정책의 차이를 살펴보면 우선 전자상거래에 대한 과세문제와 관련, 이회창후보는 전자 상거래의 과세포착이 가능한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고 김대중후보는 미국의 비과세 입장을 근본적으로 거부할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이는 듯했고 이인제후보는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전자상거래 과세등 사안별로 정책차별화 뚜렷 ▼ ―전자상거래가 현재는 12억달러에 불과하지만 5년내 세계교역의 20%인 6천억달러 시장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될 정도로 중요합니다. 국가차원에서의 대비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컴퓨터를 입시과목에 추가하는 것과 관련, 김대중후보는 국민에게 정보화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찬성했고 이인제후보는 교과목에는 포함시키되 입시부담을 들어 입시과목에 넣는 것은 반대했습니다. ―전자주민카드제의 실시에 대한 후보들의 견해도 조금씩 달랐습니다. 이인제후보의 경우 편의성이라는 측면에서 기본적으로는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었고 이회창 김대중후보는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강조했습니다. ―정보통신 산업의 중복투자 과열경쟁에 대해 이회창후보는 『과열경쟁이 아니다. (참여업체가) 다소 많은 것은 좋다. 그래야 값도 싸진다』는 입장이었고 이인제후보는 『경쟁을 제한하는 정책은 옳지 않지만 업계에서 상호공조체제하에 질서가 잡혀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적절히 조절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공통으로 던진 양심수 문제에 대한 답변에서 모든 후보가 가장 곤혹스러워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단호한 답변태도를 보였던 이인제후보의 경우도 황석영씨가 양심수냐 아니냐는 물음에 상당히 뜸을 들였습니다. 이후보는 과거 정치적 억압구조에서는 양심수가 많이 생겨날 수도 있었지만 문민정부이후 억압구조는 완전히 사라졌다며 실정법 위반이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대중후보는 양심수 사면발언이 색깔론으로 번지는 것을 우려한 듯 『양심수라 해도 법을 어기지 않은 것이 아니다』고 전제하고 역대 대통령이 시국사범이나 정치범을 사면한 것과 같은 것을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했는데 「자기가 하는 것은 로맨스고 남이 하는 것은 불륜」이라는 식으로 몰아붙인다고 빠져나갔습니다. 이회창후보는 말 그대로의 양심수가 있을 수는 있으나 반국가단체의 행동으로 구속된 사람은 양심수라 할 수 없고 앰네스티의 양심수 규정을 국내법이 구속받아야 할 이유도 없다고 말해 자신의 입장을 살리면서도 김대중후보를 은근히 공격했습니다. ―독도문제와 관련, 이인제후보는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므로 일본 주장을 무시해 버리는 것이 상책』이라며 현재의 외무부 입장과 같은 견해를 피력하면서도 일본의 주장은 『대마도가 우리 땅』이라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반박했습니다. ▼ 네티즌과의 쌍방향토론 더욱 효과적으로 살려야 ▼ ―김대중후보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전쟁방지약속 등 세가지 합의를 이루어내겠다며 적극적 자세를 보였다고 한다면 이회창후보는 남북기본합의서 실행에 대한 답변을 통해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 않나 생각됩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 후보들은 모두 지금까지의 「규제형 정부」에서 「서비스형 정부」로 바꿔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다음 정권의 정부역할조정이 기대됩니다. ―그러나 행정기구축소나 인력감소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유보했는데 아마도 공무원표가 떨어질까 우려해 그렇게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정당조직과 관련, 이인제후보는 국회의원이나 광역단체장 후보를 지구당에서 직선으로 추천토록 하겠다고 밝혀 주목됐습니다. ―사회 문화분야 토론을 통해 느낀 점은 모든 후보가 보수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일부 분야에서 의외의 답변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중 하나가 일본문화의 수입개방문제였는데 이인제후보와 이회창후보는 찬성한다고 했지요. ▼ 권영길후보 토론대상서 제외 아쉬운 점 ▼ ―영화진흥법에 의해 등급외 판정을 받은 영화가 상영될 수 있는 「등급외 전용관」의 설치에 관해 김대중후보는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이회창후보는 안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인제후보는 썩 내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는 변화가 아니냐며 중간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문화분야를 놓고 볼때 후보들의 성향은 전반적으로 조순〉이회창〉이인제〉김대중후보 순으로 보수화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번 토론회를 마치면서 아쉬움도 남습니다. PC통신의 특성은 양방향성인데 이를 효과적으로 못살린 게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네티즌들의 질문을 대개 2,3건 물었는데 참여폭을 넓혔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또 PC통신상에서는 인기가 좋은 권영길후보를 토론대상에서 제외시킨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정리=양영채·김정수기자> ◇ 좌담회 참석자 명단 △김광식(金光殖·21세기한국연구소 소장) △배경율(裵京律·상명대교수) △손혁재(孫赫載·열린사회연구소 소장) △하재봉(河在鳳·작가) △김세원(金世媛·동아일보 문화부기자) △박제균(朴濟均·동아일보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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