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총재 『金대통령 만나고 싶다』…접촉 신중모색

  • 입력 1997년 9월 28일 20시 25분


「YS를 어떻게 할 것인가」.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가 30일 신한국당 총재직을 이양하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놓고 고민중이다. 김대통령에 대한 김총재의 전략적 목표는 물론 대선에서 중립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 내친김에 탈당을 하고 대선중립선언까지 해 주길 바라고 있다. 김총재는 한때 「30년 동지」이자 라이벌인 김대통령의 우호적 지원을 기대하기도 했다. 지난해 4.11총선 유세때 김총재는 『자기는 대통령을 했으니 말이라도 「이제 당신 차례」라고 할 법도 한데…』라며 김대통령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총재는 김대통령의 대선중립화를 위해 「정치보복 금지」와 「현철(賢哲)씨 사면」이라는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김총재는 이제 그같은 기대는 「희망사항」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김총재는 김대통령을 직접 만나 담판이라도 짓고 싶지만 상황도 여의치 않다. 김대통령이 과연 자신을 독대(獨對)해 줄 것인지에 대한 확신도 없고, 김대통령과 단독회동을 하는 것이 현철씨 사면을 놓고 「밀실담합」을 벌이는 것으로 비칠까도 우려하고 있다. 김총재가 얼마전 기자회견에서 김대통령과의 단독회동을 제의하려다 끝내 포기한 것도 이같은 이유때문이었다. 김총재는 또 최근 확인된 김우중(金宇中)대우그룹 회장의 방북에 대해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방북과정이 석연치 않고 방북후 김회장이 김대통령을 면담한 사실도 께름칙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만일 김대통령이 위기에 빠진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대표의 지지율 반전을 위해 대북카드를 활용한다면 김총재에게 위협적인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김총재는 김대통령이 이대표를 위해 모험을 감행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 눈치다. 김총재의 한 핵심측근은 『청와대측에서 「이대표가 뜨지 않을 경우 김대통령이 후보를 교체하거나 또 다른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않고 중립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를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국민회의 내에서는 김총재가 어떤 식으로든 김대통령과의 담판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단독회동이 안되면 「대리인」을 내세워서라도 대선중립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홍사덕(洪思德)정무장관과 같은 중립적 인사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는 후문이다. 아무튼 김총재가 아직도 김대통령을 몹시 의식하고 있으며 김대통령의 중립화를 위해 모종의 대화를 모색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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