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씨 특별기고문(요약)]『北동포고통 독재의 산물』

  • 입력 1997년 9월 23일 20시 12분


북한은 자기 수령의 탈상을 계기로 「주체연호」를 쓰기로 결정함으로써 다시금 세상 사람들을 개탄케 하고 있다. 북한은 오늘 세계 최악의 민생고를 겪고 있으며 빌어먹는 나라라는 수치를 무릅쓰고 국제사회의 자비에 매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봉건주의 냄새가 그대로 풍기는 「주체연호」를 사용하며 김일성 왕조를 유지해 보려고 해 온 겨레와 인류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독재를 반대하고 자유롭게 살 것을 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이에 배치되는 개인독재는 폭력수단과 정신적 기만에 의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 북한에서는 중앙으로부터 하부 말단에 이르기까지 조밀한 폭력독재망이 주민생활을 구석구석 통제하고 있으며 수령절대주의의 봉건도덕이 사람들의 자주의식을 마비시키고 있다. 북한 통치자들은 수령과 후계자는 탁월한 영도력을 지닌 위인중의 위인이라고 선전한다. 그렇다면 김일성부자는 어째서 북한을 오늘의 비참한 상태로 이끌어 왔으며 왜 수백만 주민들이 굶어 죽어 가는 것을 구원하지 못하는가. 재능있고 근면한 북한동포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불행이 50여년간 대를 이어 실시해 온 개인독재의 산물이라는 것은 더 논의할 여지가 없다. 북한의 영도자는 경제관리와 인민생활에 대해 책임지지 않을 뿐 아니라 경제전문가들이 경제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권리마저 빼앗고 있다. 북한의 위기는 또한 고질적인 대남 무력통일 정책과 결부돼 있다. 북한은 당장 북침전쟁이 일어나는 것처럼 허위선전을 일삼고 있으나 그 누구에게 물어보더라도 남한이 군국주의이고 전쟁을 바라고 있다고 대답할 사람은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반대로 북한이 군국주의가 아니고 전쟁과 테러로 남한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대답할 사람은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평화적 경쟁에서 여지없이 참패한 북한이 비평화적 방법으로 남한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 통치자들은 현 경제위기의 원인이 자연재해와 외국의 경제봉쇄에 있는 것처럼 선전하지만 이는 천만부당하다. 만일 그들이 방대한 군사비와 수령 신격화를 위해 낭비하는 거액의 몇 %만이라도 절약한다면 식량난 해결쯤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북한 통치자들에게 아직도 폭력혁명론과 군국주의 망령의 포로가 돼 전쟁도발에 몰두하고 남북교류를 가로막는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어리석으며 얼마나 큰 죄악인지 냉정히 심사숙고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출로는 명백하다. 북한 통치자들은 이제 개인독재 체제와 무력통일노선을 버리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가는 한편 남북대화와 교류 실현에 적극 나서야 한다. 나는 북한의 모든 각성된 사람들이 평화적 통일을 위한 투쟁에 적극 떨쳐 나설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이와 함께 모든 애국적 해외동포들이 북한이 개혁개방과 평화통일의 길로 나가도록 떠밀어 줄 것을 진심으로 부탁하고 싶다. <글:황장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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