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인터뷰]보수대연합은 「3金연장」 술책

  • 입력 1997년 9월 21일 20시 28분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는 후보경선에서 졌는데도 승자보다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어 기존의 정치상식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인제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그의 대선출마는 연말 대선판도의 불가측성을 한층 증폭시키면서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일 서울 여의도호텔에서 2시간동안 인터뷰에 응한 이전지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정말 고통스러웠으나 일단 출마선언을 한 뒤엔 평화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추석연휴 후의 각종 여론조사결과에 대한 자체평가는…. 『기대했던 것보다는 많은 지지를 보내준 국민들에게 감사한다. 독자출마에 대한 비판이 많이 쏟아져 걱정했는데 그런대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지지율이 어느 정도 빠질 것으로 예상했나. 『팀내 전문가들은 10%쯤 빠질 것으로 예측했었다. 좀 빠지긴 했지만 그렇게 실망스러운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지율 회복 전망은…. 『TV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출마에 관한 나의 진심과 비전이 드러나면 빠른 속도로 지지율을 회복할 것으로 확신한다. 10월 한달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경선불복에 대한 비난여론이 많은데…. 『조금도 책임을 모면할 생각이 없다.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 그러나 국민들이 그 과정을 잘 살펴 이해해주시기를 소망한다. 당의 선택은 민심을 배반했다. 나는 신한국당의 후보경선 과정에서 「당이 민심을 외면할 경우 민심 또한 당을 외면할 것」이라는 경고를 수없이 했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법언도 있는데…. 『경선승복은 약속 자체에 뜻이 있다기보다 그것을 통해 정권재창출과 「3김정치」 극복, 국가위기 탈출, 21세기 창조에 대한 희망을 갖도록 하는데 의미가 있는데 신한국당으로서는 그 모든 것이 무망해졌다. 민주주의의 최대 장점은 일단 결정했더라도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새로운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한국당은 이를 원천봉쇄했다. 변화된 상황 속에서 나의 선택은 불가피했다. 잘한 것인지 아닌지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들의 심판을 받겠다』 ―신당 창당 작업은 잘 돼 가나. 『새로운 국민정당의 출현은 절실한 시대적 요청이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 영국의 노동당과 보수당, 독일의 기민당과 사민당처럼 국민의 뜻을 담는 큰 그릇으로서의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 ―창당일정은…. 『집단지도체제로서 여러 생각을 가진 사람이 골고루 모인 뒤 대표성을 가진 분으로 지도부를 구성해 국민정당 창당선언을 하고 발기인대회를 연 뒤 10월 중순경 중앙당을 창당하겠다』 ―창당과 관련, 신한국당내 비주류와도 교감이 있나. 『무언(無言)의 교감이다. 이심전심(以心傳心) 아니겠느냐. 문민정부가 시련과 좌절을 겪었으나 나는 문민정부의 정치이상을 창조적으로 계승하려는 것이다』 ―조순(趙淳)민주당총재와의 제휴설에 대해…. 『편의에 따라 무리하게 추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민여망이 뒷받침되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지 작위적으로는 성사될 수 없다』 ―이회창(李會昌)대표와의 연대가능성은…. 『누구와 되고 누구와 안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과거회귀와 「3김시대」 연장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와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의 후보단일화에 대한 전망은…. 『가능성 여부를 떠나 의미를 두지 않는다. 권위주의 시절에는 야권통합이 정권교체의 희망이었으나 지금은 다르다』 ―정계개편 전망은…. 『대선 전에도 여러 가지 상황변화가 있을 수 있다. 국민정당이 적어도 두개는 생길 것이다. 변화를 일으키는 독립변수는 민심의 흐름이다』 ―최근 정치권의 보수대연합 추진 움직임이 활발한데…. 『아무리 포장을 해도 수구세력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각제를 매개로 하고 있는데 이는 「3김정치」의 제도적 연장이다.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전지사는 보수와 진보 중 어느 쪽이냐. 『보수냐 진보냐 하는 것은 국민관심사가 아니다. 낡은 것을 새로운 것으로 바꿔달라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다. 보수와 진보의 구분은 냉전시대에는 유용한 도식이었으나 지금은 큰 의미가 없다. 미래에 끊임없이 도전하면서 새 가치와 질서를 창조해야 한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총재직을 이양한 뒤 어떻게 할 것으로 보나. 『남은 임기 마무리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신한국당내엔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큰 변화」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신한국당의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겠느냐. 이대표로서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여러가지 변신노력을 할 텐데 그 과정에서 김대통령이 추구해온 것들이 뒤틀릴 게 분명하다. 이대표의 차별화 움직임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큰 결단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사원이 경기도에 대한 특감을 실시할 방침이라는데…. 『국정감사 기간중 감사원의 특감 실시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 있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나는 감사를 두려워 할 일은 없다』 ―권력분산론에 대한 견해는…. 『제도보완보다는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 있다. 나는 분명한 철학을 갖고 있다. 대통령직과 여당 총재직을 분리해야 문제가 풀린다. 대통령이 여당까지 직접 장악하게 되면 모든 정치적 부담이 대통령에게 집중된다』 ―대통령 중임제에 대해서는…. 『빠른 시간내에 헌법을 손질해야 한다. 특히 통일과정에서 헌정운영의 공백이 없도록 완충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북한이 무너졌을 때 우리 법체계를 똑같이 적용하기는 어렵다. 특별조치를 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 임기도 4년 중임이 바람직하다. 국회의원 임기와 대통령 임기를 맞춰야 국민들의 선택에 혼란이 생기지 않는다』 ―개헌시기는…. 『다음 정권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가 집권하면 곧바로 국민의 뜻을 물어 개헌을 추진하겠다』 ―기아사태 해법은…. 『금융개혁을 통해 금융기관의 자율성과 금융시장의 경쟁력을 확립했으면 기아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기아사태는 자유로운 시장원리에 따라 물흐르듯 해결되도록 해야 한다』 ―금융실명제 보완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금융실명제 실시는 어려운 선택이었다. 돈의 노출을 꺼리는 동양적 가치관 때문에 이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심정적 저항이 적지 않았다. 이 제도의 근본취지는 금융소득에 대한 조세형평을 이룩하자는 것이지 돈 가진 사람을 괴롭히자는 것은 아니었다. 조세형평을 기한다는 목표는 살리면서 다른 부분은 융통성을 두는 방향으로 보완되는 게 좋다』 ―과거소득에 대해서는 출처를 묻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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