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냐 정권교체냐」.
올 연말 대선 정국의 전도(前途)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또 앞으로의 정치세력간 합종연횡도 이같은 대칭구도를 기본축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치된 시각이다.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는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번 대선의 최고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독자출마를 선언한 이인제(李仁濟·49) 전경기지사는 71세의 고령인 두 김총재에 맞서 젊음과 패기라는 상품성을 강조, 「세대교체」를 주창하고 있다.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62)대표는 두 김총재와 나이차가 크지 않아 「정치적 세대교체론」이라는 우회로를 개척해 놓았다. 그러나 이대표와 민주당 조순(趙淳)총재는 세대교체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고 있다.
따라서 「세대교체냐 정권교체냐」라는 명분론으로 진검승부를 하게될 사람은 김대중총재와 이 전지사로 압축된다.
그동안의 여론조사에서는 정권교체보다 세대교체를 지지한 유권자들이 다소 많았다. 동아일보사와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결과(9월18일자)에 따르면 세대교체 지지자(52.3%)가 정권교체 지지자(39.5%)를 앞질렀다. 문화일보와 미디어리서치의 조사(9월19일자)에서도 세대교체론자(53.4%)가 정권교체론자(38.1%)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갤럽의 여론조사결과는 정권교체쪽(43.5%)이 3김청산(33.6%)보다 다소 높게 나왔다.
김대중총재는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수평적 정권교체야말로 이 시대 최고의 개혁이자 최고의 역사바로세우기 작업』이라고 역설해왔다. 하지만 국민회의는 여론조사결과 「3김정치구도 해체」를 바라는 의견이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나자 내심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세대교체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지역별로는 부산경남 대구경북 대전충청 강원에서, 연령별로는 20∼40대의 청장년층에서 많은 점도 고민거리다.
특히 이 전지사는 창당에 필요한 3대요소인 「조직」 「자금」 「인물」 등 모든 면에서 열세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세대교체의 바람몰이」로 승부를 건다는 전략이다. TV토론에서 70대와 60대의 네 후보와 49세의 이 전지사가 함께 서는 순간 차별화는 저절로 이뤄진다는 게 이 전지사측의 주장이다. 김총재로서는 여간 곤혹스럽지 않은 대목이다. 김총재의 핵심측근은 그러나 『이 전지사의 출마는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키기보다는 여권분열을 촉발해 김총재의 집권에 오히려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