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진행중인 여야 정치개혁특위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협상마감시간에 쫓기게 됐다. 협상마감 시한인 9월30일을 불과 2주일도 채 남겨놓고 있지 않지만 여야는 핵심 쟁점들 중 어느 하나도 타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2일 마감된 소위활동 역시 8차례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지정기탁금 존폐여부 △TV토론방식 △정당활동 제한범위 △선거공영제 확대여부 등 핵심의제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한 채 곁가지만을 맴돌았다. 이 때문에 특위활동에 대한 전망은 매우 비관적이다.
여야는 22,23일 3차례 정도 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절충을 벌인 뒤 총무들에게 협상권한을 위임할 방침이다. 그러나 여야 총무들 역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야 하는」 정치개혁협상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아무 것도 합의된 것이 없는데 총무들에게 맡긴다고 해결이 되느냐』는 것이다.
「고비용정치구조 타파」라는 국민적 요구를 등에 지고 출범한 정치개혁특위가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3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연말 대선을 목전에 두고 여야가 첨예한 이해(利害)의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정치개혁협상에 임하는 신한국당측의 기조는 「현상유지」에 가깝다. 되도록이면 기존의 선거관련법과 관행에 따라 선거를 치르겠다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TV토론에 대해서도 안(案)을 내놓지 않고 있고, 지정기탁금에 대해서는 오히려 확대쪽으로 가닥을 정리한 상태다.
반면 야권은 지정기탁금이나 TV합동토론 의무화, 선거공영제 대폭확대 등 이해가 걸린 사안에 대해서는 총력전을 펴고 있으나 떡값처벌 등 자신들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조항에 대해서는 역시 소극적이다.
여야간 정치개혁협상이 벽에 부닥치면서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40여개 시민단체들의 모임인 「돈정치추방시민단체 연대회의」와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등 14개 시민단체는 각각 독자적인 정치개혁방안을 국회에 청원한 상태다. 이들은 여야의 정치개혁협상이 본궤도에 진입하지 않을 경우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돌입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특히 연대회의는 금주 말부터 정당대표 및 특위위원들에 대해 개별면담을 한 뒤 그 결과를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등 정치권에 대한 압박을 가속화할 방침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