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김영삼대통령과 이회창대표의 긴급야간회동은 이례적으로 관저에서 배석자 없이 1시간 동안 계속됐다.
김대통령이 취임 이후 본관집무실이 아닌 관저에서 정치인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대표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긴급회동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
이날 회동 중간에 국산 포도주가 들어가 긴장된 분위기가 빚어질지 모른다는 우려와 달리 비교적 부드러운 분위기속에 회동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그러나 회동후 조홍래(趙洪來)정무수석은 『일상적 분위기였다』고 간단히 설명.
○…회동이 끝난 후 전,노씨 석방 추진에 대한 이대표의 「설명」을 놓고 청와대 내에서는 사실상 이대표가 「사과」를 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회동 내용을 발표한 조정무수석은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에 『「사과」란 용어는 적절치 않다』고 거듭 부인. 그러나 발표내용 중 김대통령의 발언만 소개되고 이대표의 발언 부분은 생략돼 이대표가 사실상 「사과」를 했다는 추측을 뒷받침.
이에 앞서 회동중 청와대쪽에서는 『이대표가 「사과」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청와대 면담이 진행되는 동안 여의도 신한국당사에는 고흥길(高興吉) 진경탁(陳京鐸) 김충근(金忠根)특보 등 일부 특보들과 이사철(李思哲)대변인 등이 남아 회동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이들은 『김대통령과 이대표가 긴급히 만난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대체로 이견을 해소하는 쪽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낙관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막상 회동 결과 전직대통령의 석방시기와 관련, 「지금은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등 이대표의 「추석전」 건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언급이 포함되자 크게 낙담하는 표정들.
○…이대표는 밤 9시45분 청와대에서 김대통령 면담을 마친 뒤 곧바로 광화문 이마빌딩에 있는 법률사무소로 돌아와 하순봉(河舜鳳)대표비서실장에게 회동 결과를 구술, 발표토록 지시했다. 이대표는 이마빌딩 사무소에서 하대표비서실장 등 일부 측근들을 불러모아 회동 결과를 간단히 설명한 뒤 곧바로 외부로 나갔다.
○…이대표는 밤 10시50분경 구기동 자택에 있던 부인 한인옥(韓仁玉)여사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외부에 있다. 많이 늦을 것 같다』고 간단히 통화를 했다.
이대표는 이어 『집에 기자들이 몰려와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여사가 전했으나 『아무래도 만나기 어려우니 기자들은 돌아가도록 하라』며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는 모습.
○…이날 김대통령과 이대표의 긴급야간회동은 2일 오후 늦게 갑작스레 잡혔다.
이대표의 두 전직대통령 사면건의추진에 대한 김대통령의 불가론으로 여권내 갈등이 심상치 않자 이대표측이 서둘러 진화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하대표비서실장은 당초 이대표의 대구경북(TK)지역 방문 수행을 취소하고 서울에 남아 다른 측근들과 긴급대책을 논의했다. 이 대책회의에서 측근들은 4일로 예정된 주례보고를 기다리기에는 상황이 너무 촉박하다고 의견을 모으고 이를 이대표에게 전화로 보고, 승낙을 받고 긴급회동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관·이원재·정연욱·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