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대표가 4일 청와대 주례보고에서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씨 등 두 전직대통령 석방을 건의할 것이라는 내용이 사전에 알려지자 청와대 핵심관계자들은 『한마디로 정치력 부재』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사면권 행사 문제를 놓고 청와대쪽과 사전 교감(交感)없이 불쑥 들고 나서는 것은 「미숙한 처리방식」이라는 게 이들의 얘기였다. 이 때문에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대표의 보좌팀들에 대한 노골적인 성토의 소리도 터져 나왔다.
이대표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한편으로 『대선승리를 위해 전력을 다해 지원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못마땅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핵심관계자들은 최근까지도 사석에서 병역문제와 당내 갈등을 수습하려는 이대표쪽의 노력부족을 들어 『대안이 없어 어쩔 수는 없지만 더 검증을 거쳤어야 했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대표의 전,노씨 석방 건의 추진 움직임을 보는 청와대쪽의 시각은 종전과 다소 다르다. 이대표가 본격적으로 「YS와의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미 이대표 진영에서 내세웠던 △총재직 조기이양 주장 △정강정책 개정추진 △대통합정치 선언 등도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인다.
다만 전,노씨 석방문제를 둘러싼 논의과정에서 분명히 드러났듯이 이대표를 위해 「김대통령 밟고 넘어가기」까지 용납할 수는 없다는 게 청와대쪽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으로서는 이대표를 지원하기 위해 이미 할 만큼은 했다』며 『이제부터는 이대표가 정치력을 발휘해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번 전,노씨 석방 파동을 계기로 김대통령과 이대표간의 갈등구조가 당장 표면화 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이인제(李仁濟)경기지사의 독자출마 움직임 등으로 이대표 진영의 위기감이 고조되면 이대표의 독자행보노력이 갈수록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청와대쪽도 인정한다.
적지 않은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번 전,노씨 석방 논란을 「균열의 시작」이라면서 걱정스런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
〈이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