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안팎에서 일고 있는 이른바 「보수연합론」은 여러 갈래이나 1차적인 진원지는 여권이다. 그리고 그 뿌리는 깊다.
지난 95년 지방선거에서 신한국당의 전신인 민자당이 참패, 당내 민주계와 민정계의 갈등이 심화됐을 때도 민정계 일각에서 보수연합론이 제기됐었다.
현재 신한국당내에서 일고 있는 보수연합론은 당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처방의 성격이 강하나 그 바탕엔 지난 90년 3당합당이 남긴 계파간 이질감이 깔려 있다.
즉 李仁濟(이인제)경기도지사를 중심으로 한 민주계 일각의 이탈 기미가 민정계의 보수연합론을 촉발한 측면이 있다.
李會昌(이회창)대표가 주장한 「대통합의 정치」도 보수연합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이대표의 주장에선 경선과정에서부터 그를 도운 金潤煥(김윤환)고문의 체취가 느껴진다. 김고문은 이미 보름전쯤 사석에서 보수연합론을 거론했었다.
두사람의 접근법엔 다소 차이가 있다. 이대표는 지지기반 확대를 위해 자신을 중심으로 한 보수연합을 희망하는 듯하다.
그러나 김고문의 구상은 여권 내부를 포함, 다양한 정치권의 변화 가능성을 상정한다는 점에서 보다 포괄적이다.
李漢東(이한동)신한국당고문의 구상도 기본적으로 김고문과 같은 맥락이다. 이고문은 최근 김고문의 핵심측근들과 만난데 이어 29일에는 김고문과 직접 만나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다만 이고문은 연말 대선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가 되든 차기정권 출범 후의 행보까지 염두에 두는 것으로 보인다.
이대표나 이, 김고문 모두 金鍾泌(김종필)자민련총재와 趙淳(조순)민주당총재, 朴泰俊(박태준·무소속)의원 등을 제휴대상자로 꼽는 것은 공통적이다.
그러나 이들은 일단 여권 내부의 변화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자세다. 이들의 「셈법」도 각각 다르다. 그 중 김총재나 박의원은 보수연합의 움직임이 구체화되면 이를 내각제와 연계시키려 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대선전 보수연합의 성사여부 및 형태는 여권 내부의 변화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특히 이대표의 구심력 회복여부가 관건이다. 이대표가 이고문이나 김고문과 공동보조를 취하느냐 취하지 않느냐에 따라 보수연합의 양상과 파괴력은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대표가 이고문과 김고문 껴안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보수연합추진 움직임이 본격화될 경우 주도권을 쥐기 위한 의도에서다.
따라서 이대표가 당총재직을 이양받을 경우 당대표로 이고문이나 김고문외에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게 당내의 지배적 시각이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