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이석현의원,「남조선」명함파문 자진탈당

  • 입력 1997년 8월 29일 15시 06분


국민회의 李錫玄의원이 29일 한국과 남조선이라는 국호를 함께 표기한 「해외용 명함」파문에 책임을 지고 자진탈당함으로써 국민회의측은 당과 李의원을 격리하는 절차를 마무리했다. 국민회의가 李의원을 당 윤리위에 제소한 뒤 대외적 과시를 위해 출당조치를 공공연히 기정사실화하고 나서자 李의원이 「당의 뜻」을 알고 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탈당계를 제출한 것이다. 국민회의의 조치는 李의원의 명함파문이 대선정국에서 색깔론 시비로 확산될 기미를 보임에 따른 고육지책이지만 과민반응이 아니냐는 내부지적도 많다. 대변인실은 이날 李의원의 탈당성명 낭독 장소조차 국민회의 로고가 TV에 비칠 것을 우려한 때문인지 통상적인 브리핑 대(臺)를 피해 마이크도 없는 기자실 탁자로 택함으로써 「냉정한」차단 의지를 분명히 했다. 金총재 비서를 지내기도 한 李의원은 탈당에 앞서 金大中총재 앞으로 보낸 서신에서 『당을 위해 의원직을 사퇴할 각오도 돼 있다』는 뜻까지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李의원은 그러나 성명 말미에서 『연청(聯靑)과 민추협시절부터 최루탄에 얼룩진 땀과 눈물을 함께 흘리던 선배님, 벗님, 아우여러분 그리고 저를 그토록 아껴주시는 안양동안을 지구당 동지 여러분, 여러분과의 추억많은 기쁜 일, 슬픈 일을 뒤로 하고 저는 오늘 국민회의를 떠납니다』는 대목에 이르자 북받치는 감정에 겨워 끝내 눈물을 흘렸다. 다음은 李의원과의 인터뷰 요지. -왜 자진 탈당했나. ▲내 생각만 했더라면 이미 어제(28일) 탈당했겠지만 당이 출당을 원하는지 탈당을 원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나름대로 기다렸다. 당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金大中총재와 상의했나. ▲金총재 입장을 거북하게 만들지 몰라 스스로 결단했다. 탈당 뜻은 다른 사람을 통해 전했다. -당의 처사를 납득하나. ▲당원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진작 이런 판단을 했어야 한다. 어제 趙世衡 총재권한대행이 간부회의 논의내용을 전하면서 「당과 격리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고있다」고 하기에 나는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나는 파문에 책임지고 당직과 국회직도 사퇴했는데 간부회의에선 상황을 더 심각하게 보는 것같았다. -명함 파문에 대해 다시 해명한다면. ▲공인으로서 신중하지 못했던 실수는 인정한다. 그러나 남조선(南朝鮮)이라고 표기한 것은 대한민국 국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남쪽과 북쪽을 구별하는 지리적 개념으로, 때로는 남한-북한이라고 말하기도 하듯이 한자를 쓰는 공산권 국가 일반주민들을 위해 친절을 베푼 것일 뿐이다. -명함 파문의 소감은. ▲후회와 교훈과 함께 분단시대를 살아가는 아픔을 처절하게 느끼고 있다.경위를 알려고도 하지 않고 이질사회의 용어가 한마디만 있으면 호흡이 막히고 두드러기가 나는 우리사회의 언어 알레르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절감하고 있다. 또 내 본의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무조건적인 사과만 용납될 뿐 경위해명조차 변명으로 지탄받는 우리 사회 내부의 두터운 벽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사고의 극단적인 편향성과 지성의 상실을 우려한다. -앞으로 계획은. ▲적당한 절을 찾아 한달정도 사색과 독서를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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