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淳 TV토론]국민회의-민주당, 서로 『배신감』

  • 입력 1997년 8월 23일 20시 25분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한 趙淳(조순)서울시장의 대통령후보 TV토론 참여문제가 불거진 23일 서울 마포 민주당사. 당직자 몇명이 모여 『여야 3당 중에서도 국민회의가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한다는데 속보이는 짓이다』 『조시장이 껄끄러우니 그러는 거지 뭐』라며 국민회의를 성토하고 있었다. 이날 국민회의 한 당직자는 조시장의 TV토론 참여여부에 대해 『아니, 시장직을 유지하면서 토론에 나온다는게 말이 되느냐』고 일축했다. 조시장의 TV토론 참여를 놓고 국민회의와 민주당 간의 「구원(舊怨)」이 새삼스레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여기에 연말 대선게임의 룰을 정하는 정치개혁특위에 민주당이 참여를 요구하고 국민회의가 앞장서 반대하는 등 특위구성문제까지 맞물리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양당간의 불신과 원망은 뿌리가 깊고 복잡하다. 지난 95년 분당(分黨)이후 양당은 「견원지간(犬猿之間)」이었다. 비교섭단체로 전락한 민주당은 지난해 국회 제도개선특위에 국민회의의 반대로 참여하지 못하고 국고보조금이 줄어드는 설움을 겪었다. 국민회의는 민주당을 신한국당의 「2중대」로 몰아붙이며 정치개혁특위에서 배제했다. 민주당도 李基澤(이기택)전총재가 지난 포항북 보궐선거에서 「3김 청산」을 외치며 金大中(김대중)총재를 겨냥, 국민회의의 감정을 자극했다. 국민회의는 특히 조시장의 민주당 입당과 대선출마에 득실계산을 떠나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김총재는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는데…. 그의 대선출마는 나의 부덕의 소치다』며 속내를 내비쳤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조시장은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국민회의는 「야권분열」 운운할 자격이 없다』며 「3김 청산」을 강조하기도 했다. 조시장의 대선후보 TV토론 참여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국민회의와 민주당의 힘겨루기의 이면에는 게임논리와는 별도로 이같은 감정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깔려 있다. 〈정용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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