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淳 TV토론 거부]3黨 『남좋은일만 시킨다』 시큰둥

  • 입력 1997년 8월 23일 20시 25분


趙淳(조순)서울시장의 대선후보 TV토론 참여요청에 대해 여야 3당은 「다 차린 상에 수저하나 올려 놓으려 한다」는 시각이다. 한마디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 여당은 여당대로 지난(至難)한 경선과정을 거쳤고 야당의 두 총재 또한 「풍상(風霜)」을 거쳐서 여기까지 왔는데 갑자기 부상한 조시장이 3당후보와 같은 반열에 서는 것을 용납하기 어렵다는 게 3당의 공통된 정서다. 하지만 이같은 정서를 한꺼풀 걷어내고 득실을 따져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3당은 우선 조시장의 TV토론 참여가 「4자 대선구도」의 이미지를 유권자에게 각인시킨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즉 조시장에게 남아있는 서울시장의 이미지를 희석, 전국적인 인물이라는 인상을 심어줌으로써 인지도와 지지도의 동반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조시장이 서울시장 선거 당시 경쟁자였던 朴燦鍾(박찬종) 鄭元植(정원식)후보에 비해 어눌했던 언변에도 불구하고 TV토론에서 강점을 보였던 점도 꺼려지는 대목이다. 여기다 각당별 속사정은 더욱 복잡 미묘하다. 신한국당은 가뜩이나 △중부권이라는 지역기반 △전문지식인출신 △청렴성에서 李會昌(이회창)대표와 이미지가 겹치는 조시장이 토론에 나올 경우 이대표의 표를 더욱 잠식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국민회의는 야당후보라는 점에서 金大中(김대중)총재와 중복되는데다 조시장이 「3김청산」 「구정치청산」을 외칠 경우 부담이 된다고 분석한다. 다만 자민련은 조시장의 TV토론 등장이 이대표 김대중총재 조시장의 3자 대결을 더욱 첨예하게 함으로써 金鍾泌(김종필)총재가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을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 3당 가운데는 가장 「여유」있는 편이다. 3당은 그러나 조시장이 민주당 전당대회를 거쳐 정식후보로 선출된다면 더 이상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점도 자인한다. 조시장이 「무서워서 피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는 없다는 것. 이런 사정때문에 3당은 모두 조시장이 처음으로 대선TV토론에 등장하면 철저한 검증을 통해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희망섞인 기대를 하고 있는 눈치다. 〈박제균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