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괌 아가냐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대한항공기 추락사고의 원인을 미국 언론이 「조종사의 실수」 등으로 성급히 보도하는데 대해 대한항공측이 강하게 반발, 한미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 언론은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관계자 등의 말을 인용, 조종사에 의한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및 국내 항공전문가들은 즉각 반박하면서 사고 당시 괌 관제탑의 납득할 수 없는 관제조치와 시설미비 등을 집중 거론했다.
미국 NBC방송과 CNN은 7일 NTSB가 괌 사고현장에서 수거해 분석한 대한항공 사고기의 블랙박스를 1차 판독한 결과 조종사의 실수쪽으로 사고 원인이 모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NBC는 이날 익명을 요구한 NTSB 조사원들의 말을 인용, 『사고기 조종사가 어둠과 빗속에서 자신들이 정상적으로 착륙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한 증거들이 판독결과 부분적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의 이같은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아가냐공항측이 사고 직전 관제탑과 여객기 사이에 교신이 없었다고 주장, 사고원인이 관제시스템의 잘못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아가냐공항 관계자는 8일 『공항 관제센터는 사고 당일 대한항공기와 교신한 적이 없으며 오전 1시50분경(현지시간) 미연방항공국(FAA)으로부터 「교신이 끊어졌다」는 연락을 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측은 『활주로 반경 9㎞이내에 여객기가 들어오면 관제탑은 착륙유도를 시작해야 하며 사고가 난 곳이 활주로 끝 5.2㎞ 지점이었다는 점은 공항 관제시스템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직후 괌 관제탑은 사고상황을 설명하면서 『정상적으로 운행하다 갑자기 사라졌다』고 밝혀 사고여객기가 유도범위 내에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송상근·홍성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