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후보 선출/전당대회 스케치]박수…연호…열기 가득

  • 입력 1997년 7월 21일 19시 24분


○…신한국당 전당대회는 오전9시58분 金泳三(김영삼)총재가 입장하면서 시작. 朴寬用(박관용)사무총장은 작년 2월 신한국당으로 당명을 개정한 이후의 경과를 보고하면서 『어제까지가 경쟁의 날이었다면 오늘은 단합과 축제의 날이 돼야 한다』며 『오늘은 한국정치 새 출발의 날로 당당하게 기록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 이어 徐廷和(서정화)의원을 전당대회의장, 南平祐(남평우)의원 閔泰求(민태구)전의원을 부의장으로 선출한 뒤 전국위원회에서 확정한 당헌당규개정안을 추인. ○…당총재인 김대통령은 이날 총재연설에서 『「신한국 창조」의 깃발 아래 이 땅에 문민시대를 연지 4년반 가까이 흘렀다』고 회고한 뒤 『경선과정에서 국민들이 염려할 만한 일도 다소 있었지만 경선과정에서의 사소한 감정대립과 갈등은 이 화합의 용광로에 녹여버리자』 『이 시간이 지나면 우리에겐 승자도 패자도 없다』 『대선을 향한 당의 진군대오에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굳게 뭉치자』고 거듭 단합을 호소. ○…김대통령은 연설을 끝낸 뒤 李萬燮(이만섭)대표서리 閔寬植(민관식)선관위원장 서정화전당대회의장 박관용사무총장 등 당 수뇌부와 함께 맨 먼저 투표. 김대통령이 TV카메라맨들과 사진기자들을 위해 잠시 포즈를 취한 뒤 손을 흔들며 전당대회장을 빠져 나가자 장관 도지사에서부터 지구당위원장 평대의원들에 이르기까지 서로 한데 어울려 긴 줄을 이루며 체조경기장 가운데에 마련된 64개의 기표소에서 투표. ○…이날 각 후보들은 전당대회 공식행사가 시작되기 전인 8시50분경 미리 대회장에 들어와 대의원석을 돌며 인사를 하는 등 막판까지 한 표라도 더 건지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모습. 가장 먼저 입장한 김덕룡후보와 이수성후보는 대의원석 안까지 들어가 일일이 대의원들과 악수를 나눴으며 뒤이어 대회장에 들어선 이한동 이인제 이회창 최병렬후보는 통로를 돌며 손을 흔들기만 했다. 대의원석을 도는 도중 김후보와 이수성후보가 경남지역 대의원석에서 서로 만나 손을 맞잡고 연대감을 과시하자 대의원들은 일제히 박수로 환호. 이어 김후보와 이한동후보가 다시 손을 잡고 흔들자 역시 장내에서는 박수와 함께 연호가 쏟아졌다. 이인제 후보는 코미디언 김형곤씨와 함께 장내를 돌아 눈길을 끌었다. 이회창 후보가 장내를 돌 때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대의원들의 연호와 박수소리가 훨씬 커 다른 후보진영에서는 『이런 분위기면 1차에서 끝나는 것 아니냐』며 잠시 긴장하는 표정. ○…6명의 후보가 각자 대회장을 돌면서 대의원들의 연호와 박수가 곳곳에서 경쟁적으로 터져나오자 대회장 분위기는 초반부터 열기로 가득했다. 이 때문에 식전행사는 대의원들로부터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으며 오전 9시20분이 지나면서 식전행사 진행자가 『장내가 소란하니 정돈을 해달라』고 거듭 요청하기도 했다. ○…민관식선관위원장이 『이제 우리당 대통령후보를 뽑는 경선투표를 시작하겠다』고 투표개시를 선언한 순간에도 이인제후보측의 李喆鎔(이철용)위원장 등은 장내에서 후보들의 정견발표를 촉구하며 항의를 계속했다. 이위원장이 『후보들에게 정견발표 기회도 주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고 단상을 향해 고함치자 부근에 있던 이회창후보 지지 대의원들이 『온 세계가 지켜보는 우리당 축제를 망치려는 거냐 뭐냐』며 맞고함을 쳤다. 그러자 이위원장이 『여기가 이회창 개인당이냐 뭐냐. 똑바로 해』라고 응수하자 다른 후보의 지지 대의원들이 『옳소』라며 박수를 치는 등 「정견발표 소동」은 한동안 계속됐다. ○…대의원들은 길게 줄을 늘어선 채 지역별로 정해진 64곳의 투표소에서 질서정연하게 투표. 대의원석 통로 바닥에는 해당투표소 방향으로 서로 색깔이 다른 화살표모양의 안내표가 부착돼 투표소를 찾느라 혼란을 일으키는 일은 없었다. 대의원들은 이번 경선에서 국내 최초로 도입된 광학마크판독(OMR)카드를 이용한 전자투표방식에 대해 『큰 어려움이 없었다』며 서둘러 투표를 마친 뒤 행사장 옆 펜싱경기장에 마련된 점심식사장소로 발길을 옮겼다. 대의원들의 투표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자 당 선관위는 당초 마감예정시간인 오후 1시15분보다 35분 빠른 낮 12시40분 투표를 마감, 2시간여만에 1차투표를 마쳤다. ○…이날 오전 투표를 마친 이수성후보는 대회장밖으로 나와 기자들에게 『진인사(盡人事)는 못했으나 대천명(待天命)해야겠다』며 홀가분해하는 표정. 이후보는 이어 대회장주변의 공원을 산책하는 등 오랜만에 머리를 식히는 모습. ○…이날 정오경 1차투표가 진행중인 대회장안으로 이회창후보측이 「이회창후보 당선유력」이라는 제하의 이날짜 모석간 수천부를 반입하려다 다른 후보측이 거세게 항의하자 경비요원들이 나서서 제지, 압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이날 몸이 불편한 서울 강동갑 지구당소속 대의원 임성호씨는 휠체어를 탄 채 투표장으로 들어와 한표를 행사. 임씨는 『우리당이 사실상 첫 자유경선을 한다고 해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와 투표를 하고 보니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당총재 비서실장인 朴範珍(박범진)의원은 지구당 대의원들과 함께 투표차례를 기다리던 중 『아직도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머리를 계속 갸웃거렸다. 박의원은 『총재께서 사인을 보내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총재를 모시고 같은 차편으로 왔는데 누구를 찍는 게 좋을지 물어본다는 걸 깜빡 잊어버렸다』고 농담을 던져 옆에 있던 대의원들이 폭소를 터뜨리기도. ○…투표를 마친 대의원들이 투표장을 빠져나오자 각 위원장들은 소속대의원들을 모아놓고 표단속에 열중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부산지역 K의원은 대의원 10여명에 둘러싸인 채 『여러분들이 잘 알아서 하시겠지만 될 사람을 찍는 것이 정권재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대의원들을 상대로 김덕룡 이인제후보측 지지자들은 나란히 줄지어 선 채로 대의원들이 지나갈 때마다 꾸벅 절을 하며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벌이는 모습. 이들은 20일 밤12시로 선거운동이 끝난 것을 의식, 두 후보의 명함판 사진을 손에 들거나 목에 걸어 누구의 선거운동원임을 암시한 뒤 『한표를 부탁한다』는 등의 말은 하지 않은 채 「벙어리 선거운동」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독일에서 치료중인 최형우(최형우)고문의 지지자들은 점심도시락을 나눠주는 전당대회장 부근 펜싱경기장 앞에서 최고문의 정치역정을 그린 「최형우, 대룡(大龍)의 눈물」(울산광역일보사 발간)을 판매. 溫山(온산·최고문의 아호)계 대의원들과 민주산악회 회원들은 점심식사를 하러가다 책 판매대를 발견하곤 아쉬운 표정으로 책을 구입하는 모습. 〈윤정국·최영훈·김창혁·박제균·이원재·김정훈·정용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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