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전 종반에 朴燦鍾(박찬종)후보가 제기한 李會昌(이회창)후보의 금품살포설 때문에 가뜩이나 오리무중인 경선전망이 더욱 혼미해졌다. 진상규명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금품살포설을 제기한 박후보나 의혹을 받는 이후보 모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데에는 당내에 이견이 없다.
박후보의 경우에도 이 문제로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동기나 경위야 어떻든 당내에 걷잡을 수 없는 분란을 야기함에 따라 「트러블메이커」라는 이미지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의원지지율에서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박후보의 경우 경선도전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입지가 악화될 것으로 당관계자들은 내다본다. 다만 전당대회 이전에 금품살포설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박후보의 입지는 다소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이후보의 경우도 치명적이라는 데 대해서는 당내에 이견이 없다. 이후보가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경선전 금품살포설이 명백히 사실무근으로 판명되는 것 뿐이다. 그러나 남은 기간이 너무 짧아 이를 기대하기는 다소 무리다.
반대로 경선전에 금품살포설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후보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후보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후보사퇴 요구가 빗발칠 것이고 전당대회 연기론이 세(勢)를 얻게 될 것이다. 사실여부가 판명되지 않은 채 경선을 치르더라도 이후보는 논란의 와중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진상규명 지연 또는 기피의혹까지 제기될 수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이후보에 대한 대의원지지율은 아직 「대세론」을 굳힐 만큼 압도적이지 못하다. 뿐만 아니라 퇴조 내지는 답보상태의 경향마저 보인다. 따라서 금품살포설이라는 대형악재가 터지자 이후보 진영은 몹시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이후보측이 가장 기대를 걸었던 박후보와의 연대카드는 물론 소멸됐다.
다른 후보들 진영도 각자 득실계산에 분주하나 금품수수설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가 가장 많이 얻을 것인지는 불분명한 상태다. 그럼에도 「반(反) 이회창」 진영은 몹시 고무돼 있다. 금품살포설로 「이회창 대세론」에 강력한 제동이 걸림에 따라 후보간 연대가 성사될 경우 역전가능성이 한결 커졌다는 게 「반 이회창」 진영의 판단이다.
결국 최대 관건은 경선전 금품살포설의 진상규명 여부다. 만약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다면 신한국당의 경선구도는 예측하기 어려운 혼란상태로 빠져들고 당 자체가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