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후보 돈살포」각후보-黨표정]흥분…긴장…밤새어수선

  • 입력 1997년 7월 14일 07시 46분


신한국당의 朴燦鍾(박찬종)경선후보가 李會昌(이회창)후보측이 금품살포를 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13일 밤 중앙당과 각 후보 진영은 긴장감과 흥분으로 벌집 쑤신 듯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 박찬종후보측 ▼

박후보 캠프 요원들은 이날 밤 마치 선전포고를 한 「전사(戰士)」같은 표정들이었다.

박후보는 이날 『한보사태와 대선자금 파동으로 온 나라가 벼랑끝까지 갔다왔는 데도 건망증 때문인지, 부패불감증에 걸린 탓인지 당내 경선과정에서 금품살포 행위가 계속 자행되고 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측근들도 마치 「임전태세(臨戰態勢)」에 들어가는 듯한 비장한 표정으로 연이어 구수회의를 갖고 언론사에 연락을 취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박후보는 이후보의 금품살포를 폭로한 뒤 『밤새 많은 고민을 했다. 우리 모두 양심마비 상태가 아니냐는 비감한 심정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불리를 느껴 금품수수설을 제기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나에 대한 모독이다. 당 선관위가 금품살포 행위에 대한 진상조사는커녕 오히려 나를 해당행위자로 몰아 경고하려고 해서 확실한 사례 하나를 밝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이회창후보측 ▼

이후보측은 『드디어 박후보가 이성을 잃고 「막가파」식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분개했다. 핵심측근들은 그러나 박후보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 언론에 크게 부각될 경우 이후보의 이미지에 상처를 입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이 때문에 일부 측근들 사이에서는 한때 「강공으로 맞설 경우 문제가 더욱 커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이후보의 결심을 얻어 강공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후보측 朴成範(박성범)대변인은 이날 저녁에만 세차례나 성명을 발표,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측근들은 또 박후보가 기습 공격을 한 배경을 분석했다. 먼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후보에게 타격을 입히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주류를 이뤘다. 또 이후보측이 박후보에게 연대의 손짓을 한 것이 오히려 박후보를 자극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사실 이후보측이 내심 겨냥한 연대 대상 1순위는 박후보였다. 박후보의 당내 지지도는 미약하지만 폭넓은 민심 지지를 감안할 때 연대가 성사된다면 「대세 굳히기」에 안성맞춤으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날 참모회의에서는 박후보가 경선전망이 크게 달라지는 게 아닌데도 그같은 행동을 한 것은 뭔가 「명분」을 찾기 위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 타후보측 ▼

李漢東(이한동)후보측의 安聖悅(안성열)대변인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철저한 조사와 응분의 징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대변인은 이어 『박후보의 폭로에 대한 진상규명이 유야무야될 경우 경선후유증으로 경선 자체가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李壽成(이수성)후보측의 李在五(이재오)기획단장도 『박후보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려할 만한 사태』라며 『이회창후보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金德龍(김덕룡)후보측은 『증거가 있다면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당내문제인 만큼 당 경선관리위에서 조사를 벌여야 할 것』이라고 말해 박후보의 검찰수사요구에는 부정적인 태도였다. 李仁濟(이인제)후보측은 『정확한 진상을 모르는 만큼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崔秉烈(최병렬)후보는 『박후보가 죽든 이후보가 죽든 반드시 규명하고 넘어가야 한다』며 『진실을 규명치 않고 어떻게 경선을 치르겠느냐』며 검찰수사를 주장했다.

▼ 당경선관리위 ▼

당 경선관리위는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경선관리위는 당초 15일 회의를 소집할 예정이었으나 중대한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14일 오전 당직자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 뒤 곧바로 전체회의를 소집, 진상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경선관리위 간사인 朴鍾雄(박종웅)의원은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당장 뭐라 말할 수 없지만 당이 엄청난 혼란에 빠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신속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최영훈·김창혁·박제균·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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