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기자회견에서는 주로 黃長燁(황장엽)씨가 답변을 했다. 그러나 특정 사안은 金德弘(김덕홍)씨가 답변을 했다. 김씨는 또 황씨의 답변을 보충하기도 했다. 김씨의 답변내용은 별도로 「김덕홍씨 답변」이나 「김덕홍씨 보충답변」으로 표시했다.》
―서울에 도착한 뒤 「황장엽리스트」에 대해 들어봤나.
『들어본 일이 있다』
―당국에서 조사를 받을 때 황장엽 리스트에 대해 사실대로 진술했나. 얘기한 내용이 있으면 대답해 달라.
『50여년 동안 내려온 북한의 남한에 대한 기본전략 중 하나는 남한을 내부적으로 와해시키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무력으로 통일하겠다는 것이다. 북한 노동당안에도 대남사업부서가 많다. 통일전선부와 사회문화부 말하자면 공개적인 사업을 하는 곳과 지하조직을 관리하는 부서, 그리고 작전부라고 해서 침투해 들어가는 부서, 정보사업을 하는 곳 등 여러 부서가 있다. 내가 (대남사업을) 직접 주관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이런저런 과정을 통해 상식화되어 있고 주워들은 얘기는 적지 않다. 그래서 그렇게 굉장하게 리스트가 있다고 얘기한 것은 없지만 내가 아는 한도에서는 당국자들에게 다 얘기했다. 그런 문제들은 정확하게 확증돼야 할 문제들이기 때문에 여기서 이러저러하게 언급할 성격은 못된다』
―북한의 전쟁 결행의지와 능력은….
『매우 힘든 질문이다. 어느때 전쟁을 하든지 결국 전쟁은 벌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 상식처럼 돼 있다. 전면전이 될지 국지전이 될지는 총사령관이 아니어서 잘 모르겠지만 기본은 전면전쟁이 될 것이다. 남한 정세가 복잡하고 혼란한 시기를 노려(남한의) 동맹국이 다른 곳에 역량을 분산시킬 때 북한이 전쟁을 도발할 것으로 추측된다』
▼ “전쟁 반드시 이긴다”확신 ▼
―「조선문제」라는 논문에서 북한이 남한을 초토화할 수 있는 전쟁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전쟁 준비는 대단히 잘 돼 있다. 무기를 100% 자체 생산할 수 있을 정도이고 모든 군사시설이 갱도화 지하시설화돼 있어 북한의 전 영토가 요새화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체적인 무기 항목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므로 잘 모르겠다. 「조선문제」라는 논문은 발표용이 아니었지만 전쟁의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경고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를 남한이 홀시해서는 안된다. 핵무기를 직접 본 적은 없다. 5년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을 통해 핵무기의 실태에 대해 알 수 있겠지만 핵무기가 있다는 것은 상식화돼 있는 문제다. 증명은 못하겠지만 핵무기가 있다고 보고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북한의 지식층은 김정일을 어떻게 생각하나.
『귀와 입, 눈을 모두 막고 있기 때문에 지식층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를 표현할 수 없다. 대체로 대외정세를 아는 사람은 김정일정권을 지지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김정일이 다른 사람은 믿을 수 없고 군대밖에 믿을 게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군만이 완벽하게 밀봉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사상전향에 대해 말해 달라.
『북한을 버리고 남한으로 온 것과 북한이 나를 반역자라고 말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나는 사실과 어긋나는 것을 어느 한쪽편에 서서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다. 남은 여생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왜 거짓말을 하겠나. 법률상으로 볼 때 내가 북에서 남으로 국적을 옮긴 것은 망명이다. 그러나 조국은 민족과 영토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내 조국인 대한민국으로 온 것 뿐이다. 나는 이미 60년대에 마르크스주의에서 벗어나 사상전향을 했다. 모두가 개혁 개방으로 나가는데 잘못된 것을 계속 고집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내가 잘못된 곳에서 계속 「만세」를 외치는 것은 민족의 반역자가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해왔던 인본주의 사상은 변함이 없다. 단지 이를 어떻게 구현해야 하느냐는 방법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사상전향은 계속되고 있다』
―북한의 도발가능성이 높다는데 북한 내부에서 승리가능성에 대한 판단은….
『남쪽에서 북침해 오면 단번에 때려부수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꼭 한번 전쟁을 해야 한다는 것은 확고부동한 방침이다. 특히 군대는 거의 그대로 믿는다. 또 전쟁을 하면 반드시 이긴다고 생각하고 있다』
―망명전 작성했다는 서한을 보면 남한의 군과 안기부, 여당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쓴 동기는 무엇이며 김덕홍씨나 외부인사에게 도움받은 적이 있나.
▼ 남한만의 행복 용납안해 ▼
『그것은 어디까지나 북한에서 보고 느낀 것을 쓴 것이다. 북한은 경제가 파괴되고 사상은 동요해 전쟁을 할 것 같은데, 가슴 아프게도 남한동포들은 이에 대해 전혀 무관심한 것 같았다. 북한이 남한 내부와해를 위해 스파이를 내려 보내고 있는데도 남한은 과거일을 다 잊고 태평한 것 같고 데모와 파업이 계속돼 매우 격분했었다. 대남사업을 하는 사람들과 토론을 해보니 북한은 남한을 제 집 드나들 듯 한다는 것이었다. 남한이 아무리 태평해도 북한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여기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전쟁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부의 불순분자를 잡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서한은 그런 이유에서 쓴 것이다. 감시가 심해 동생(김덕홍씨를 지칭)에게 남쪽으로 가 남조선지도자에게 전달하라고 시킨 것인데 발표가 안될 것이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