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경제난과 식량난이 심하다고 하는데 과연 어느 정도인가. 또 외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쌀이 김정일정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김정일정권의 붕괴가능성은….
『마치 내가 식량을 얻으러 온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솔직히 식량문제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 「김정일정권이 붕괴될 것인가」고 물어보았는가. 세상에 무너지지 않는 정권이 어디 있나. 김정일정권은 무너진다. 이는 어떻게 우리가 투쟁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정일이 망명을 준비하고 있다는 설이 있는데….
『(김덕홍씨 답변)김정일의 해외망명설은 들은 적 없다. 김정일이 왜 망명을 하겠는가. 자기 일생에 대남폭력적화통일을 하려 하고 있고 국제공산주의 운동이 망하고 북한이 국제공산주의 운동의 보루이고 자기가 세계공산주의 운동의 수령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인데 갈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은 김정일 개인의 북한이다. 당도 김정일 개인의 당이고 국가도 김정일 개인의 국가이다. 군대는 김정일의 사병으로 전락했고 인민은 김정일의 노예이다. 김정일은 이런 독재자이므로 자기 최후의 단계에 이르렀다』
―김정일의 군대에 대한 관심과 영향력은….
『믿을 것이 군대밖에 없다는 것은 정권의 마지막 단계다. 식량난이 극심해지고 자립경제가 해체되면서 주민들이 전국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지만 군대만은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다. 전 군대를 전쟁에 내몰 수 있는 영향력도 있다』
―북한 집권층의 식량난에 대한 대책은….
『(김덕홍씨 답변)지난해 농업생산량이 유사이래 최저치였다. 북한 통치권은 식량난에 대해 개인 자체해결, 직장 자체해결이 어느 정도 이뤄진 뒤 국가에서 해결한다는 세가지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현 군사독재체제가 개혁 개방과 민주화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 식량난이 해결될 지는 모르겠다』
―김정일이 언제쯤 권력승계를 하리라고 생각하나.
『金日成(김일성)의 3년상이 끝났으니 조만간에 권력을 승계할 것이라고 본다. 너무 더운 시기는 피하기 위해서 약간 시기를 늦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하면 금년내에 권력승계가 이루어질 것이고 해를 넘길 수도 있다. 김정일의 권력승계로 인해 남북한의 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의 기본 정책이 전혀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왜 주체사상을 다시 연구하려고 하나.
『주체사상에 관해서는 내 죄가 크다. 내 사상의 근원은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주체사상과는 다른 것이다. 즉 내 이론이 북한정권에 의해 악용된 것이다. 나는 개인 숭배를 단 한번도 인정한 적이 없다. 내가 주체사상을 다시 연구하고자 하는 것은 이 사상이 세계의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고 남한의 일부 사람들은 이를 잘못 이해하고 있어 이를 바로잡아주고 싶기 때문이다』
▼ “北 개혁―개방 유도를” ▼
―현재 북한내 강경파와 온건파가 대립중이라는데….
『온건파나 강경파가 있을 수 없다. 정확히 이해해달라. 마치 군부는 강경파, 나 같은 사람은 온건파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것은 전혀 없으므로 내가 권력싸움 과정에서 왔다는 말도 근거없는 얘기다. 북한은 김정일 1인독재 사회다』
―통일이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통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 첫째, 지금 북한체제를 허물어뜨려 개혁 개방으로 나가게 해야 한다. 그후 남북 교류는 인정하되 거주는 그대로 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을 경우 독일의 예에서 보듯이 남한이 많은 통일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의 식량사정을 감안해 약간의 원조를 해야겠지만 북한 주민들은 밥만 먹으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므로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남한이 외국에 수출하는 자본을 북측에 제공한다면 10년 내로 (통일에) 바짝 올라설 것이다. 남한이 데모를 하지 않고 공부를 해 선진국을 따라간다면 총을 맞대고 싸우지 않아도 평화통일이 가능할 것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일본에서 망명하려 했다가 경비가 삼엄해 포기했다는데 사실인가.
『남한에 망명할 결심은 지난해 7월부터 했다. 망명한다면 일본에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본에는 조총련이 있어 나의 안전보장을 위해 극진했다. 그러나 거기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었다. 거기서라면 빨리 올 수도 있었겠지만 불가능했다』
―북한의 무력남침을 막고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남한땅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나.
『질문을 똑똑히 이해는 못하겠지만 한국땅은 조국땅이다. 여기에 무슨 적합한가, 부적합한가, 이상적인가가 있을 수 있겠는가. 북경에 있을 때 중국측이 제삼국으로 망명하라고 했으면 그 자리에서 죽겠다고 생각했다. 김정일에게 다시 가란 말이냐, 아니면 외국으로 가란 말이냐』
『(김덕홍씨 보충답변)김정일 독재체제에서는 출로가 없다. 출로는 오직 전쟁 뿐이다. 전쟁이 당장 일어날 것 같아 남한 국민에게 전쟁을 경고하러 왔다』
▼ 가족 생각에 가슴 미어져 ▼
―북한에 가족을 많이 두고 와 가족생각이 날텐데 외로움을 어떻게 달래나.
『가족에 대해서는 부끄러운 얘기지만… 때로 가슴이 미어지는 것같고 정신도 흐려지는 것 같은 감을 가진다. 역시 제일 가까운 사람을 배반하고 죽음으로 내몰고 오다보니 그 죄가 얼마나 큰지…. 가정을 희생시키고 민족을 위해서 봉사할 만한 일을 하고 죽겠는가 고민할 때가 많다. 그러나 개인의 생명보다 가족의 생명이 중하지만 민족의 생명과는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을 귀순자로 생각하나. 또 한국은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식량지원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귀순자로 생각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는가. 민족의 차원에서 건너온 것이다. 남한을 조국으로 생각했기에, 희망으로 생각했기에 넘어온 것이다. 법적으로는 귀순자이겠지만 귀순이든 망명이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고 있다. 나 자신은 직접 그 식량난을 보고 정책에도 참여한 사람이다. 식량지원이 어떤 방법이 되든 정부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 내 입장이다』
―북한이 체제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남침을 강행할 것으로 보나.
『공식적으로 선포한 것은 없지만 전쟁이 일어났을 때 일본은 화학무기로 공격하고 미국의 순양함 등에는 자살특공대를 투입해 공격하면 미국의 전쟁개입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전면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의 개입으로 북한이 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한반도 통일론에 대해 명확히 말해달라.
『통일비용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북한이 개혁 개방만 하면 10년정도면 남한을 따라올 수 있을 것이다』
『(김덕홍씨 보충답변)평화가 국제적으로 담보된 상태일 때 경제교류가 이뤄질 수 있다. 경제생활의 격차를 줄여야 통일이후의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 서로 다른 체제에서 오랜 기간 살아왔기 때문에 사상 정치 문화의 동질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것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통일 이후에 내란 등의 후유증이 발생하게 돼 통일을 하지 않은 것보다 상태가 나빠질 것이다』
〈정리〓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