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한달이 넘는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28일 가까스로 임시국회 소집에 합의했다. 그러나 국회 문이 열린다 해도 제대로 굴러갈지는 의문이다.
여야 모두 국회 공전에 따른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해 국회문을 열기로 했지만 그동안 잠시 덮어뒀던 정치개혁특위 구성과 대선자금문제가 회기 초반부터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3당총무들은 이날 국회일정에 합의하면서 이들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내달 2일 「3당 3역회의」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여야간의 시각차가 너무 커 난산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국당은 대선자금 국정조사와 정치개혁특위의 여야 동수구성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야당은 신한국당 경선에 차질이 없도록 국회일정에 합의해준 만큼 반드시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태도다.
정치개혁입법의 경우 비록 특위구성에 합의한다해도 입법방향이 서로 달라 역시 진통이 예상된다. 일례로 야당이 대선자금의 균등배분 차원에서 주장하고 있는 지정기탁금제 폐지여부가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은행법 등 4개금융개혁 관련법안의처리도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정부의 금융개혁안을 개악(改惡)으로 규정, 이 문제는 다음 정권으로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신한국당의 대선후보선출을 위한 전당대회(7월21일)가 회기중에 들어 있어 내실있는 국회운영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측면도 있다. 여당의원들의 마음이 자연히 국회보다는 경선에 더 쏠릴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시도별 합동연설회가 시작되는 5일부터 여당의원들의 상임위 출석률은 크게 떨어질 게 틀림없다. 그렇지만 야당은 신한국당 경선레이스가 펼쳐지는 20여일간 뒷짐만 지고 있을 수 만은 없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야당은 신한국당 경선에 쏠릴 국민적 관심을 돌리기 위해 정치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번 임시국회는 신한국당 경선이 끝난 뒤에야 제모습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때는 남아있는 시간이 열흘도 채 안된다. 이래저래 이번 임시국회는 생산성있는 국회는 못될 전망이다.
〈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