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1」전당대회를 꼭 한달 앞두고 신한국당내 경선주자간의 합종연횡 구도가 점차 구체화되는 양상이다. 20일 밤 한자리에 모인 李漢東(이한동) 朴燦鍾(박찬종)고문 金德龍(김덕룡)의원의 3인회동이 그 구체적 징후 중 하나다.
이날의 3인회동은 지금까지의 주자간 만남과는 달리 상당한 사전 준비작업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의 핵심 화두(話頭)도 「경선과정의 정책공조」 「1차 투표결과 다수 득표자를 무조건 밀기」 「경선승리후 연합집권」 등 꽤 체계적이었다.
즉 경선과정에서부터 정책공조를 통해 「반(反) 李會昌(이회창)대표」 그룹의 경선 경쟁력을 극대화한 뒤 1차 투표에서 가장 득표를 많이 한 대선주자에게 표를 몰아주자는 것이다.
또 이를 밀실담합이 아니라 대국민선언으로 공개할 경우 경선승리 이후의 「역할분담」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3인 진영은 입을 모은다.
이들 3인이 겨냥하는 목표는 물론 당내 최대 규모인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의 지지. 최근 「李壽成(이수성)고문 대안론」이 퇴조한 만큼 정발협 주류인 민주계의 「반 이대표 정서」는 어떤 식으로든 탈출구를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따라서 3인이 합의만하면 「반 이대표단일후보」는 「떼논 당상」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이들 진영에서는 또 「지역화합정권 창출을 위한 신주체세력론」도 내세운다. 중부권의 이고문, 영남권의 박고문, 호남권의 김의원이 연대하는 지역화합형 합종연횡일 뿐 아니라 이고문은 「근대화세력」, 박고문 김의원은 「민주화세력」의 색깔을 갖는 주자라는 논리다.
여기에 추가되는 주장이 「전문정치인론」. 바로 정치권 진입이 일천한 이수성고문을 배제하려는 논리다.
그러면서 각 진영은 서로 「단일후보는 나」라는 사실을 의심치 않는다. 이고문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을 대선자금 수렁에서 건져낼 수 있는 「복안」을 준비중이고 김의원은 정발협내 자파의 지원으로, 박고문은 부산 경남지역 위원장들의 도움으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계산한다.
그러나 이들의 단일후보론이 실현될는지는 미지수다. 변수와 걸림돌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고문과 김의원은 1차 투표에서의 다수득표를 자신하지만, 박고문은 내심 불안한 눈치다. 또 이들이 단일후보를 결정하더라도 위원장들이나 대의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따라줄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논란이 된 어떤 합종연횡 구도보다도 「내용」이 있는 연대 움직임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이대표측을 포함, 다른 주자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김창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