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대의원 설문/경선구도 영향]『李대표 독주 막아라』

  • 입력 1997년 6월 16일 20시 22분


신한국당 대의원들을 상대로 본사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당내 대통령후보 경선의 「전도(前途)」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전당대회 유권자인 대의원 여론조사에서 李會昌(이회창)대표가 여유있게 1위를 차지하자 다른 주자 진영에서는 조사결과를 분석하고 전략을 새롭게 재정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16일 하루 동안 당내에 나타난 지배적 기류는 「이대표가 현재의 기세를 몰아 표다지기에 나서면 막판뒤집기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대표 진영의 세몰이는 더욱 가속이 붙고 하위로 처진 주자 진영은 썰물처럼 세가 빠져나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강하게 대두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대표가 타 주자에 비해 압도적인 지지세를 보였지만 지지율이 17.4%에 그칠 정도로 부동표가 많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답이 42.4%, 「모르겠다」는 답이 1.4%로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3.8%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은 결코 무시하기 어려운 변수라는 뜻이다. 이같은 주장을 펴는 측은 『이대표측이 「대세론」을 주장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이대표가 인천 경기, 부산 경남, 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수위를 차지하는 등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보인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게 당내 분석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또 이번 여론조사를 계기로 당내 경선과정에서 언젠가는 수면위로 떠오를 「경선주자간의 이합집산(離合集散)」도 한층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는 견해도 많다. 이대표측 일각에서도 이번에 나타난 「초반 독주」가 2진 그룹 주자를 중심으로 한 「합종연횡(合縱連衡)」의 불씨를 당길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한다. 즉 1차투표에서 1위를 해놓고도 결선에서 「반(反) 이대표 연합」에 역전패한 뒤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렸다』며 땅을 치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편 3,4위를 차지한 李仁濟(이인제)지사와 李壽成(이수성)고문측은 대세론으로 판을 몰아가는 이대표에 대한 견제 움직임을 더욱 강화하면서 치열하게 2위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또 5,6위에 그친 朴燦鍾(박찬종)고문과 金德龍(김덕룡)의원 등도 대의원 표밭을 일구는 작업과 함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특별대책 모색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이합집산이나 합종연횡론이 한층 구체적인 모습을 띠고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은 전망이다. 〈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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