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바로세우자⑥]이양희/나는 이렇게 본다

  • 입력 1997년 6월 10일 20시 22분


金泳三(김영삼)정권초기 우리는 개혁의 나팔소리가 마치 새봄을 알리는 종달새의 노래소리처럼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청와대의 칼국수는 순백의 밀가루로 빚어 백합꽃처럼 티없고 깨끗하고 정갈한 맛이 날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팔은 찢어져 양철통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백합꽃은 썩으면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지금 나라가 중심을 잃고 국정이 표류하고 있다. 혹자는 현재의 상황을 6.25이후 최대의 국가적 위기라고 진단한다. 국민의 걱정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왜 나라가 이토록 어려워졌는가. 국민이 잘못해서가 아니다. 대통령의 아들을 비롯한 대통령의 바로 옆사람, 청와대총무수석을 포함한 대통령의 바로 아랫사람,그리고 대통령 본인의 잘못으로 이같은 국가적 위기를 맞게 됐다. 급기야 金賢哲(김현철)씨 구속사태까지 몰고 온 권력형 비리의 출발점이 92년 대선자금이라는, 국민을 슬프게 하는 사실이 검찰발표에서도 확인됐다. 어떻게 이 국가적 어려움을 헤쳐 나갈 것인가. 첫째, 대선자금의 실체를 사실대로 밝히고 깊은 반성과 사죄가 있어야 한다. 둘째, 92년 대선때처럼 천문학적 액수의 대선자금을 모을 수도, 쓸 수도 없도록 제도화하고 그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일 연말 대통령선거가 또 다시 92년처럼 돈이 많이 드는 선거가 된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 것인가. 만일이라는 가정이 붙지만 생각조차 하기 싫다. 한보사건과 같은 대형비리의 씨앗이 또다시 만들어질 것이다. 정경유착의 고리도 더욱 깊어지고 경제의 주름살도 펴질 날이 없을 것이다. 선심관광과 선물공세로 날이 새는 놀자판 먹자판이 벌어지고 수십만명이 모여 「우의마의(牛意馬意)」에 「돈의(金意)」까지 보태지는 선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제2, 제3의 한보비리가 터지고 또 국정조사에 청문회에, 몰염치한 증인들의 거짓말에, 국민의 분노와 허탈감…. 대선자금문제로 또다시 국정이 표류하는 불행한 사태를 막기위해서는 정치권이 앞장서 「고비용정치구조」를 개선하고 국민이 이에 적극 협조하는 새로운 정치풍토를 만들어야 할 때다. 이양희 <자민련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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