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바로세우자 ③]돈선거가 부패사슬 낳는다

  • 입력 1997년 6월 3일 20시 19분


부산 경남지역의 신한국당소속 한 중진의원은 지난달 「鄭泰守(정태수)리스트」에 오른 정치인들이 줄줄이 검찰로 불려가 조사를 받는 것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역시 작년 4.11총선 당시 친분이 있는 기업인들에게서 선거자금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지역구에 있는 6백여개의 마을마다 4,5명의 「마을책」을 두고 한번에 한 사람당 평균 10만원씩의 활동비를 주었는데 한차례에 3억원 가량이 들었다. 이렇게 두어번 「실탄」을 돌리다 보니 선거비용으로 여권의 「총선 평균단가」인 10억원을 훨씬 넘게 썼다』고 실토했다. 「돈선거」의 뿌리는 자유당정권이 무리하게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선거판을 얼룩지게 한 「막걸리 선거」와 「고무신 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후 정통성을 결여한 군사정권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돈잔치」로 이어지면서 「돈선거」가 고착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 바탕엔 아직도 정치인을 「공복(公僕)」이 아니라 「치자(治者)」로 인식하는 권위주의적인 사고가 자리잡고 있다. 즉 정치인은 의당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정치인이나 유권자 모두 은연중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야당도 돈선거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이다. 선거철만 되면 철새처럼 나타나 출마자들을 기웃거리며 돈선거를 부추기는 「선거브로커」는 전형적인 한국적 정치풍토의 산물이다. 작년 총선 때 서울에서 출마했다가 낙선한 신한국당소속 B위원장은 『당선은 못 시켜도 낙선은 시킬 수 있다』며 「진드기」처럼 달라붙는 선거브로커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당시 C운수조합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선거브로커가 찾아와 「선거구내에 사는 운전사 50명의 지지도장을 받아올테니 2백만원을 달라」고 요구해 거절했더니 며칠 뒤부터 「젊은 사람이 버릇없고 여자관계도 복잡하다」는 악소문이 나돌았다. 울며 겨자 먹기로 그를 불러 「술값이나 하라」며 30만원을 주고 겨우 무마했다』 경기지역에 출마해 낙선한 자민련의 D위원장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당시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떨어진 사람들이 「내게 2천표가 있다」 「1천만원을안주면3천표가 상대방후보에게 갈 것」이라며 협박을해대는 통에 혼이 났다. 이들이 달라는 금액을 어림해보니 7억원을 웃돌 정도였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후 「정치예비군」이 급증하고 그 중 상당수가 선거브로커로 전락, 상황을 한층 악화시켰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95년 6.27 지방선거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작년 총선에서 「본전」을 건졌다』는 이야기가 정치판에서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특히 2등이 의미가 없는, 말 그대로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인 대통령선거는 각 정파의 사활적(死活的)이해가 걸려 있어 더욱 과열 혼탁양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천문학적 규모의 돈이 뿌려진 지난 92년 대선에 관여했던 신한국당 관계자들의 회고는 당시의 씀씀이를 짐작케 한다. 『당시 각 지역을 돌며 선거운동원들을 2백명 단위로 저녁마다 모아 한 사람당 3백만원 정도를 지급했다. 사정이 생겨 보통 10여명은 불참하게 마련이어서 적잖은 돈이 남았는데 그 돈으로 매일 밤 룸살롱에서 마셔댔다. 돈을 그렇게 물쓰듯 해본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좋은 시절이었다』 돈선거는 「검은 돈」이 조달되는 창구가 있기 때문에 가능풉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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