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정국/향후진로 전망]『싸움은 이제부터』대혼전 예고

  • 입력 1997년 5월 28일 20시 16분


여권이 숨돌릴 틈 없이 가파른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대선자금과 관련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입장표명 문제를 놓고 야기됐던 「파열음(破裂音)」은 28일의 김대통령과 李會昌(이회창)대표간의 청와대 회동을 통해 일단 봉합되긴 했다. 그러나 여권의 내홍(內訌)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게 당안팎의 지배적 시각이다. 당내 최대 현안으로 부각된 이대표의 사퇴문제도 이날 청와대 회동으로 매듭이 지어졌다고 보기 힘들다. 청와대측 분위기를 보아도 입장이 확고한 것 같지는 않다. 청와대측은 『본인이 사퇴의사를 스스로 밝히면…』이라는 단서를 달았으나 『사의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식의 태도다. 즉 이대표가 난국수습 카드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지만 그로 인해 당의 대선후보 경선과정이 「파국」을 맞게 된다면 이는 더 큰 문제라는 시각이다. 신한국당내 「반(反) 이대표」 진영이 노리는 점도 바로 이같은 여권내 분위기다. 따라서 이들의 공세는 29일 낮 청와대 오찬회동은 물론 전국위원회 대회장, 또 전국위가 끝나더라도 더욱 거세지면 거세졌지 잦아들 가능성은 희박하다. 더나아가 현재처럼 애드벌룬 수준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탈당 카드」를 뽑아들 경선주자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여권기류를 감안할 때 이날 주례회동이 지니는 의미는 김대통령과 이대표측의 공식발표내용을 넘어선다고 보아야 한다. 이날 회동이 여권내의 본격적인 「파워게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국위원회를 하루 앞둔 「고비길」에서 이루어진 이날 회동은 일단 이대표의 의도대로 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아직은 유동적이다. 조만간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이대표가 이날 회동이 끝난 뒤 『대선자금 문제에 대한 논의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한 대목도 묘한 여운을 남긴다. 또 대선자금 파문으로 김대통령의 「여권 통제력 상실」 현상이 여실히 드러난 만큼 앞으로 여권내 파워게임의 축은 보다 다원화될 공산이 크다. 대선예비주자들의 잇단 경선출마 공식선언은 파워게임 참여를 위한 전열재정비의 의미가 있다. 김대통령은 점차 여권내 파워게임에서 소외되고 대신 대선예비주자들중 상대적 우세를 확보하고 있는 이대표를 중심으로 파워게임이 전개될 전망이다. 그리고 그 싸움의 양상도 적과 동지가 분명치 않은 혼전(混戰)의 성격을 띨 것으로 보아야 한다. 아무튼 파워게임의 결과는 「반 이대표」 주자들의 연대 여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전망은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만큼 상황은 「무궤도 질주」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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