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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7년 5월 5일 0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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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92년 대선자금잉여금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야권의 주장에 대해 여권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부정해 왔다.
따라서 대선자금잉여금의 일부가 확인된 것은 현정권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주는 동시에 대선자금 공개여부를 놓고 고민중인 김대통령이나 여권을 더욱 곤경에 빠뜨리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대선자금잉여금」과 「盧泰愚(노태우)비자금」이 뭐가 다르냐는 국민적 비난과 야권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실 92년 대선에서 쓰고 남은 자금이 어딘가에 남아있을 것이라는 「풍문」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최근 검찰수사에서 현철씨가 이권청탁 등과 관련해서 받았다는 돈의 액수가 현철씨가 관리해온 것으로 추정되는 비자금보다 훨씬 적어 자연 그 차액이 대선자금 잉여금이 아닐까 하는 의혹을 받아왔다.
대선자금잉여금이 있다면 그것을 누가 관리하고 있을까도 관심거리였다. 그러나 일찍부터 청와대나 신한국당(옛 민자당) 등 공조직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은 배제됐다. 이 때문에 현철씨가 관리했던 사조직이 의혹을 받아왔고 결국 그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셈이다. 다만 김대통령의 스타일상 김대통령이 잉여금의 존재를 사전에 알고 있었거나 관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지금까지 대선자금잉여금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크게 두가지였다.
첫째, 92년 대선전이 종반에 접어들면서 김영삼후보의 당선이 거의 확실해지자 재벌들로부터 대선자금이 쇄도했으나 여야의 「금품선거」공방이 치열해지면서 제대로 돈을 쓸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투표일을 2,3일 앞두고 예상치도 않았던 3억원의 지원금이 내려왔다는 수도권지역 지구당위원장들의 증언을 들 수 있다.이들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여유자금을 서둘러 격전지인 수도권에 뿌렸던 것으로 보인다.
둘째, 대통령당선자 확정후 김영삼후보 진영에 들어온 「당선축하금」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이미 선거가 끝나 달리 쓸 데가 없던 상황이어서 당선축하금이 어딘가에는 보관돼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끊이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들은 당선축하금도 상당한 액수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당시 노태우대통령도 상당한 축하금을 건넸다는 설이 있다. 또한 대선 때 김영삼후보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재벌들도 앞다퉈 성의표시를 했다는 설도 무성하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대선자금잉여금의 총규모는 1천억원대를 넘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비록 일부나마 대선자금잉여금의 존재가 확인되고 그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현철씨가 관리해 왔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깨끗한 정부」를 표방해온 현정부의 존립기반은 더욱 흔들리게 됐다. 즉 정치권이 상정하고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이 한결 커진 것이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