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권력누수차단 가상시나리오]「4가지 카드」있다

  • 입력 1997년 3월 29일 20시 15분


《경제적 난국에다 아들문제까지 겹쳐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곤경에 처해 있는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던질 「위기탈출카드」에 정치권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청와대측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 △黃長燁(황장엽)카드 △내각제 선회 △대북(對北)정책 △차기 대통령후보 낙점 등 국면전환 처방의 허(虛)와 실(實)을 조감(鳥瞰)해본다.》 ▼황장엽 카드▼ 黃長燁(황장엽)북한 노동당비서가 갖고 있다는 국내 친북(親北)세력에 관한 정보, 이른바 「황장엽 리스트」의 파괴력은 섣불리 가늠하기가 힘들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보사태 및 金賢哲(김현철)씨 문제 등을 일거에 덮어버리고 정국상황을 완전히 뒤바꿔 놓을 수도 있다. 청와대측은 현재 「황장엽 리스트」의 존재여부에 대해 단호하게 『없다』고 부인한다. 『황씨가 북경에 머무르는 동안 구체적인 사실에 관해 심문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그런 리스트가 존재할 수 없다. 황장엽 리스트는 추측의 산물일 뿐』이라는 게 청와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청와대측이 황씨의 입국을 정략적 카드로 활용하려는 구체적인 흔적도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표면적 상황일 뿐이다. 현재 「황장엽 리스트」가 있든 없든 황씨가 국내로 들어올 경우 그의 「입」에 쏠리는 관심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안기부1차장 출신인 신한국당의 鄭亨根(정형근)정세분석위원장이 지구당위원장 연찬회에서 「황장엽 리스트의 정국전환 카드로서의 폭발력」에 관해 언급한 것도 바로 이같은 측면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색깔론」에 시달려온 국민회의의 金大中(김대중)총재측이 이른바 「황풍(黃風)」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황씨의 입국시기(4월중순경) 자체가 한보청문회의 막바지 국면과 겹친다는 점도 정국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정부당국은 물론 「황씨의 입국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을 의식,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황씨의 입국이후 얼마간은 기자회견 등을 하지 않고 전문가나 각계 원로 등과의 대담형식으로 북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낸다는 방침이다. 청와대내에서도 『차라리 현철씨의 증언이후 서울로 오도록 해 의혹을 사전 차단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황씨의 「서울언행」은 정부당국의 의도가 어떻든 정략적 카드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황장엽카드」로 공안정국을 조성, 잃은 파워를 회복하고 남은 임기동안 정국을 주도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나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황장엽카드」는 「양날의 칼」이라는 지적이 있다. 물론 「기관의 통제」가 작용하겠지만 반드시 여당에 유리하고 야당에 불리한 카드가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미 보도된대로 「권력 깊숙한 곳에 친북(親北)세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여권이 뒤집힐 수도 있다. 정부 한 기관의 관계자는 『황씨가 서울에서 무슨 얘기를 할지 모르나 그 성격은 야당 뿐 아니라 여당도 다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즉 YS가 이 카드를 쓴다면 자신도 다칠 수 있다. 그러나 YS는 손을 베는 정도의 상처를 입겠지만 상대는 목이 날아간다. 그런 점에서 YS에게 황장엽카드는 힘을 되찾고 정국을 주도하는데 매우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동관기자〉 ▼내각제 카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은 최근 다시 한번 「임기내 개헌불가」를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상황적 논리로만 따져 본다면 김대통령에게 내각제 개헌문제는 「양날의 칼」이다. 여론의 시선을 분산시켜 「金賢哲(김현철)정국」의 숨통을 다소나마 트이게 할 수도 있고 金大中(김대중)국민회의총재와 金鍾泌(김종필)자민련총재간의 대선공조에 틈새를 벌려놓을 수도 있는 카드다. 내각제논의는 또 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체제 출범후 급격히 이대표 쪽으로 세(勢)가 기우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 일부 대선주자들이 연대할 수 있는 촉매제로 작용, 견제와 균형에 의한 권력누수방지라는 부수적 효과도 안겨줄 수 있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스스로 내각제를 입에 올릴 경우 그 순간 대통령으로서의 임기는 끝난다고 봐야 한다. 여권이 붕괴될 가능성도 크다. 현재로서는 가상이지만 김대중총재가 「개헌반대」 입장을 취할 수도 있다. 김대통령과 김종필 총재가 다시 손을 잡을 경우 김대중총재는 여권의 반 내각제세력과 손을 잡는 상황도 올 수 있다. 그럼에도 여권내에서 내각제논의가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김대통령도 결국 내각제 개헌을 수용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기대감에서다. 최근 김대통령의 달라진 태도도 이같은 기대감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김대통령은 지난 26일 이대표로부터 주례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내각제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당의 기본입장』이라고 말했다. 『임기중 개헌은 절대 없다』고 단언했던 종전과는 어감상 차이가 있다. 지난 24일 金守漢(김수한)국회의장이 완곡하게 내각제 검토를 건의했을 때도 김대통령은 과거와 달리 묵묵히 듣기만 했다. 하지만 김대통령이 내각제 개헌을 능동적으로 주도하기에는 정치적으로 한계가 있고 위험부담도 크다는 게 현재 여권내의 지배적 시각이다. 김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하려면 △여론의 지지 △두 김총재의 동의 △여권내부 사전정지작업 등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임채청기자〉 ▼「金心」 카드▼ 신한국당의 차기 대통령후보 결정 문제에 대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입장은 지난 몇달사이 크게 뒤바뀌었다. 연초만해도 『분명히 내 뜻을 밝히겠다』고 했으나 상황이 복잡해지자 『완전 자유경선에 맡기겠다』고 물러섰다. 그러나 신한국당내는 물론 청와대내에서도 김대통령이 차기 대선후보결정 문제에 완전히 손을 뗄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은 식견과 도덕성을 갖추고 「패거리 정치」를 지양할 수 있는 인물이 후보가 돼야 한다는 명확한 인식을 갖고 있다』고 전한다. 또 이같은 인식의 바탕에 민주계의 지분확보를 통해 「김대통령의 퇴임후」가 보장돼야 한다는 의도가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민주계의 한 관계자는 『「계보내에서 차기 대통령을 내기는 어렵다」는 게 민주계내의 공통인식이지만 김대통령의 의중을 받들어 대권후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아직도 있다』고 말했다. 아무튼 김대통령이 차기 대선후보를 「낙점」할 경우 정국상황에 미칠 영향은 유불리를 떠나 엄청날 것으로 봐야 한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李會昌(이회창)대표 카드는 「난국수습용」이라고 못박는 것도 바로 「김심(金心)」 카드가 아직 유효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동관기자〉 ▼북한 카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남은 임기동안 시도 가능한 대북(對北)카드로는 남북정상회담과 4자회담을 꼽을 수 있다. 김대통령은 94년 金日成(김일성)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정상회담이 일보직전에서 좌절된데 아쉬움을 갖고 있다. 지금도 남북한간에 공식합의한 정상회담 약속은 살아있어 북한에서 金正日(김정일)이 국가주석직에 올라가면 재론할 수 있다. 김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가 지난해 9월 방중(訪中), 북한측 인사와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는 의혹을 김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대한 애착과 연관지어 이해하는 이들도 적지않다. 하지만 정상회담의 실현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인다.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정책을 고수해온 북한이 「엄청난 대가」없이 정상회담에 응할 리 없기 때문이다. 또한 늦어도 8,9월에는 정상회담이 열려야 소기의 「효과」가 있으나 현재의 분위기로 볼 때 이는 무리라는 것이다. 반면 4자회담은 보다 현실적인 카드로 꼽힌다. 최근 북한이 4자회담에 대해 「조건부 수락」의사를 밝히는 등 적극적인 태도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태도여하에 따라 4자회담의 조속한 성사도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부담이 따른다. 정부가 북한의 대규모 식량지원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북한의 4자회담 참여를 위해 식량지원을 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1백80도 뒤집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국민의 심정적 동의를 얻기도 쉽지 않은 사안이다. 게다가 식량지원 등 대북문제는 다음 정권으로 넘겨 차근차근 접근토록 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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