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말 「소통령」이었나

  • 입력 1997년 3월 11일 19시 45분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가 정―관계(政―官界)는 물론 언론계 등 각계 인사(人事)에 광범위하게 개입했다는 폭로가 줄을 잇고 있다.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국민들이 뽑아준 대통령 뒤에 국민들이 뽑지 않은 「소통령」이 자리잡고 앉아 국정 깊숙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건 보통문제가 아니다. 나라의 기강을 무너뜨리고 국가 공조직 일부를 개인의 사유물(私有物)화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현철씨가 연합TV뉴스(YTN)사장 인사에 개입한 사실은 이미 통화내용을 녹음한 테이프가 물증(物證)으로 제시됐다. 모국방장관과 안기부차장 등의 인사가 있기 직전에 그들을 만난 점이 의혹으로 불거졌고 과거 어느 국무총리 내정자도 사전에 지인(知人)에게 알려준 것으로 보도됐다. 이밖에 KBS간부인사에 개입하는가 하면 여당의원 공천에도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모든 게 사실이라면 나라가 현철씨 한 사람에 의해 휘둘린 셈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엄청난 일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현철씨 문제는 한보사태 때문에 터져나왔지만 이제는 그 차원을 넘어섰다. 청문회에 나가고 안 나가고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의 아들이란 것 외에 공조직과는 무관한 그가 어떻게 마음에 맞는 사람들을 요직에 앉히고 공직자를 관리할 수 있었는지 한보사건과는 별개로 그 진상을 밝혀야 한다. 특히 청와대 비서실이나 안기부 등 국가정보를 다루는 부서로부터 각종 정보를 받아왔다는 설(說)에 대해서는 실정법 위반여부를 가리는 조사를 벌여야 한다. 인사를 통해 국정에 간여하고 나라의 주요정보를 사용(私用)했다면 이는 분명히 국정문란 행위가 아닌가. 대통령이 아들의 문제로 국민 앞에 사과한 것도 불행한 일인데 그 아들을 둘러싼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으니 큰 일이다. 그러나 개탄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현철씨는 침묵만 지킬 게 아니라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가타부타 설명이 있어야 한다. 아버지의 처지를 생각해서라도 그렇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다시 정부가 나서 해명하는 수밖에 없고 그 경우 나라체면은 말이 아니게 된다. 여당도 한보관련설에 이어 인사 국정개입설까지 나온 현철씨 문제를 더 이상 성역시하면 안된다. 지금은 그와 관련된 추문으로 정부여당에 등을 돌린 민심을 되돌리는 일이 급하다. 계속 그를 감싸며 『한보와 무관한 설만으로 청문회에 세울 수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해 봤자 설득력이 없다. 대통령이 담화에서 밝힌 대로 누구든 잘못이 있으면 응분의 책임을 지게 하는 자세를 실천해 보여야 한다. 지금의 난국을 풀려면 국민의 입장에 서서 문제를 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현철씨 문제가 확실하게 매듭지어지지 않는 한 위기극복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바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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