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 피격/불안한 中교민들]『혹시 우리도…』뒤숭숭

  • 입력 1997년 2월 16일 19시 53분


[북경〓특별취재반] 『북경생활이 벌써 5년째지만 요즘처럼 신변에 위험을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설마 북한이 중국의 수도인 북경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돌발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겠지요』 북한 노동당 黃長燁(황장엽)비서의 망명요청에 이어 16일 李韓永(이한영)씨 피습사건이 전해지자 1만여명에 육박하는 이곳 북경의 한인 사회는 하루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일요일인 이날 오전11시반경 21세기호텔 3층연회장에 마련된 북경한인교회. 중국공안원 10여명이 교회로 통하는 계단입구에서 이중삼중의 경비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1부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신도들은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 교회의 한 관계자는 『중국측이 전날 안전을 위해 예배를 취소해 달라고 요청해왔으나 예배를 중단할 수 없다는 생각에 중국공안에 요청, 간신히 「예배허락」을 받았다』며 『예배에 참석한 신도가 평소의 절반수준인 5백여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특히 교포들이 걱정하는 것은 곧 개학을 앞둔 자녀들의 신변안전문제. 한 상사원은 『소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23일에 개학하는데 과연 학교에 보내야 할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17일 개학할 예정이었던 북경시내 한인유치원은 학부모들의 우려를 반영, 개학을 다음달 3일로 연기하기도 했다. 이같은 신변안전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196」으로 시작되는 대사관 차량번호판 때문에 신분이 쉽게 노출되는 대사관직원들. 한 대사관직원은 『요즘에는 한낮을 제외하고는 관용차량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아이들을 포함해 전가족에게 외출을 금지시킨지 이미 오래됐다』고 말했다. 또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아시아선수촌아파트에도 15일부터 중국공안원이 경비를 서는 등 경비가 대폭 강화됐다.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 주부는 『전에는 근처에 있는 북한식당에도 갔지만 사건 이후 아예 외출을 하고 있지 않다』면서 『설마하면서도 이씨 피습사건을 보니 겁이 덜컥 난다』고 불안감을 털어놨다. 대사관측은 특히 鄭鍾旭(정종욱)대사 등 수뇌부의 신변안전을 위한 대책에 고심하고 있다. 한편 이날 중국공안은 한국대사관측에 당분간 한국인들이 모임을 삼가고 언론의 취재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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