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이후 북한에서 남한으로 귀순해온 사람은 총 7백88명이다. 이중 사망자나 외국 이민자 1백81명을 뺀 6백7명이 현재 국내에 거주하고 있다. 7백88명 중에는 金慶鎬(김경호)씨 일가 16명, 金萬鐵(김만철)씨 일가 11명 등 대가족도 있고 83년의 KAL기 폭파범 金賢姬(김현희)씨, 68년 1.21 청와대기습사건의 金新朝(김신조)목사 등 검거전향자도 1백50명 포함돼 있다
▼15일 밤 괴한들의 총탄을 맞고 쓰러진 李韓永(이한영)씨가 귀순해온 것은 82년 9월이었다. 이씨는 북한내 고위층의 내부사정을 잘 안다는 특성 때문에 신분을 숨겨오다가 작년 2월 成蕙琳(성혜림)일가 서방탈출사건과 함께 외부에 노출됐다. 본명이 「일남」인 이씨는 「한국에서 영원히 산다」는 뜻의 「한영」으로 이름을 바꾸고 성형수술로 얼굴을 완전히 뜯어 고치고도 늘 불안에 떨었다
▼이씨는 4월2일인 생일도 귀순날짜인 9월28일로 바꿔 호적을 받았다. 후일 가족을 만났을 때 자신을 못 알아볼까봐 어릴적 사진을 간직하고 있고, 우리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해 한때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최근 서울과 부산의 백화점에서 초콜릿상가를 운영중인 이씨는 「행동 자제」를 요청하는 당국과 마찰을 빚으면서 黃長燁(황장엽)씨 망명 직후 테러위험을 예감하기도 했다는 소식이다
▼이씨 피습소식이 전해지면서 귀순자들은 「다음은 내 차례?」라는 심각한 불안에 휩싸여 있다고 한다. 특히 대중매체 등을 통해 신분이 노출된 사람은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귀순자들에 대한 당국의 보호는 최근 귀순자나 「정보가치」가 있는 경우 말고는 일정기간 지나면 유명무실해진다. 생명을 걸고 자유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다시 생명을 걸고 살아가도록 방치하는 것은 비정하다. 그들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