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광풍/權의원 소환과 DJ]

  • 입력 1997년 2월 12일 20시 23분


[최영묵 기자] 「대권4수」를 준비해온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가 중대한 시련에 직면했다. 「분신」 權魯甲(권노갑)의원이 93, 94년에 한보로부터 1억5천만∼1억6천만원을 받았다고 말한지 6일만에 1억원을 작년 10월에 추가로 받은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 사법처리를 눈앞에 두게 됐기 때문이다. 며칠전부터 감기와 무릎통증을 앓고 있는 김총재는 권의원의 1억원 추가수수와 검찰소환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김총재는 권의원의 구속까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김총재는 권의원 수사가 한보사태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것이라는 인식을 여전히 갖고 있다. 권의원이 검찰에 출두하기 직전인 12일오전 일부 측근들이 김총재 명의의 대국민사과성명을 발표하자고 건의했으나 김총재는 『권의원이 사법처리되면 검토해 보자』며 유보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권의원이 형사처벌되면 김총재는 측근 한 사람을 잃는 정도를 훨씬 뛰어 넘는 타격을 입게 된다. 우선 권의원이 「검은 돈」을 받은데다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했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김총재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것이다. 한보사태에 대해 김총재는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몰랐어도 문제이고 알았어도 문제』라고 주장해 왔으나 이 말은 김총재에게도 되돌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김총재가 가장 두려워하는 「구시대정치청산」의 여론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권의원의 부재는 연말 대통령선거 전략에큰 공백을줄 것이다. 주요선거 때마다 권의원이 맡았던 조직과 자금의 관리를 누구에게 맡길 것이냐가 김총재의 고민이 될 것이다. 권의원은 검찰출두에 앞서 『鄭在哲(정재철)의원으로부터 받은 돈(1억원)은 한보와 아무 관계가 없다』며 결백을 거듭 주장했으나 『구속된다면 책이나 읽겠다』는 심경을 주위에 토로하기도 했다. 이미 당내 일각에서는 『이제 권의원은 옷을 벗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역설적이게도 전국구인 권의원이 옷을 벗으면 예비후보 1번인 김총재가 의원직을 승계하지만 이것이 김총재의 「영광」일 수 없다. 지난 95년7월 정계에 복귀한 김총재는 그해 9월 盧泰愚(노태우)전대통령으로부터 20억원을 받았다고 고백, 「20억+α」설에 시달리며 도덕성이 훼손됐었다. 이번 한보사태는 그때 못지 않은 상처를 김총재에게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검은 돈」의 이미지가 누적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보사태의 파장은 「양김(兩金)공멸」의 기류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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