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彩靑기자] 한보사태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정치권은 아연 긴장하는 분위기다. 여야 모두 한보사태 수사가 정치권 사정(司正)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권내 기류부터 심상치 않다. 「일단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는 게 공식입장이나 내심 상당한 희생을 각오하는 듯하다. 여권 관계자들은 여권 실세(實勢)들의 연루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의 공세를 『근거없는 유언비어』라고 비난하면서도 『검찰수사를 지켜보자』고 꼬리를 단다.
신한국당의 姜三載(강삼재)사무총장은 28일 『지난해 거액수뢰혐의로 구속된 張學魯(장학로)전청와대제1부속실장은 검찰수사 직전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친국(親鞫)」을 받으면서도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누구나 마지막까지 부인하는 게 상례다』며 자체조사의 한계를 인정했다.
신한국당 안팎에선 벌써부터 여권 핵심부의 자체조사 결과 일부 민주계 중진을 포함한 소속의원 10여명이 「용의선상」에 올랐다는 얘기도 나돈다. 한 당직자는 『적잖은 의원들이 다칠지 모른다』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9룡(龍)」이든 뭐든 문제가 아니다. 누구라도 이 사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강총장의 얘기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여권의 이같은 각오가 야권의 「동반희생」을 전제로 함은 물론이다. 청와대측이 『국민회의의 金大中(김대중)총재도 주변관리를 잘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데서도 여권의 의중은 분명히 드러난다. 신한국당 金哲(김철)대변인은 지난 27일 아예 『정치권 전체가 완전히 수라장이 될 것』이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국민회의나 자민련 등 야권은 여권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어떻게 해서든 국민적 의혹을 희석시켜보려는 「물고 늘어지기」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과거 수서사건 때처럼 야권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모습이다.
특히 여권이 노골적으로 의중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아 검찰이 한보 사건 수사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의 비리를 집중적으로 파헤쳐 「구색맞추기」 식으로 몇 명 끼워넣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