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내부 「노동법 정국」 불만 높다

  • 입력 1997년 1월 13일 20시 44분


「金泓中 기자」 『나도 정치나 할까』 최근 한 공안검사는 자조적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개정 노동법 기습처리로 인한 파업사태가 심각한 정치사회문제로 등장해 있는 상황에서 법의 논리가 정치논리에 밀리고 있다는 비난이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26일 새벽 안기부법과 노동법이 기습처리되자 서울지검 검사들 사이에는 『과연 이렇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는 회의적인 발언이 쏟아졌다. 정부여당의 조치에 검찰이 반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처럼 검찰 내부에서 불만이 생긴 것은 민주노총의 합법화를 유보한 노동법 개정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는 불을 보듯 뻔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특히 야당이 1월까지 노동법 개정을 미루자고 제의했는데도 여당이 몰아붙인데 대해 불만이 많다. 야당도 별다른 대안이 없어 명분이나 얻고자 했는데 무리하게 법안을 통과시켜 위기상황을 일으켜야 했느냐는 것. 검찰관계자는 『변형근로제로 월급이 깎인다고 생각하면 근로자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우려했다. 노동법 개정이 어차피 반발을 살 수밖에 없다면 나름대로 명분을 축적한 뒤 처리해도 되지 않았느냐는 생각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은 발부됐다. 그러나 검찰은 영장을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법대로라면 당장 집행하고 싶지만 검찰로서는 즉각 처리할 수 없는 정치권의미묘한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서울지검의 한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해결하자는 마당에 우리가 나서면 모양새가 좋지 않은 것 아니냐』고 밝혔다. 이번 같은 공안사태의 경우 법대로 하는 것도 중요하나 민심을 좇아야 사후에 수습이 가능하고 후유증도 적기 때문이다. 검찰은 명동성당이 갖는 「상징성」을 무시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대부분의 일선검사들은 무리한 공권력 행사가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검찰이 영장집행을 못하는 이유다. 그런 탓에 벌여놓은 문제를 해결도 못한 채 검찰에 떠넘긴 정치권의 「정치력 부재」에 대해 검찰은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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