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질환 아들 둔 아빠, 100명에 새 삶 주고 떠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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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배씨, 집에서 쓰러져 뇌사
4명에 장기-100명에 조직 기증
가족들 “환자 아픔 알기에 기증 결정”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하늘로 떠난 최병배 씨. 고인은 평소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자상한 아버지였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하늘로 떠난 최병배 씨. 고인은 평소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자상한 아버지였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새벽에 갑자기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진 50대 남성이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하늘로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29일 최병배 씨(59)가 충북대병원에서 좌우 신장과 안구를 기증했다고 21일 밝혔다. 고인은 인체 조직기증으로 환자 100여 명의 회복도 도왔다.

최 씨는 지난달 24일 새벽 물을 마시러 방에서 나왔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의료진으로부터 회복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다른 이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의견을 듣고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최 씨의 아들은 “몸이 아파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사실상 병원에서 살았다. 안 아픈 게 소원일 정도였다”며 “가족들이 다른 환자들의 아픔에 공감해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최 씨의 아들은 태어날 때부터 간 인근 정맥 혈액이 굳는 간문맥혈전을 앓았다.

최 씨는 충북 청주시에서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가족들은 “유쾌하고 활동적인 성격의 소유자”라고 전했다. 자동차 의자에 들어가는 가죽을 생산하는 피혁 공장에서 40년 이상 근무했고 주변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앞장서서 해결했다. 귀가 후에는 자녀들과 함께 자택 인근 개천에서 물고기를 잡는 등 가정적인 성품이었다. 자녀들이 실수해도 다그치기보다는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자상한 아빠였다. 주말에는 벼농사를 지어 주변에 쌀을 나눠 주기도 했다.

최 씨의 아들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향해 “늘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해. 고마운 마음은 늘 가지고 있었는데 말하지 못했어. 엄마는 내가 잘 돌볼 테니 걱정하지 마. 너무 보고 싶고 사랑해. 하늘에서는 다 내려놓고 편히 쉬어”라고 말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100여 명의 건강 회복을 도운 기증자와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장기기증#최병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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