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과 진심을 담은 작품과 예술철학으로 학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싶어요. 그들이 좀더 풍요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바람이자 기도입니다.”
‘빛의 화가’로 불리는 세계적인 스테인드글라스 예술의 거장 김인중 신부(82)가 KAIST에 둥지를 틀었다.
KAIST는 “김 신부는 1일부터 산업디자인학과 초빙 석학교수로 임명됐다”며 “국제적인 명성과 독창성을 지닌 김 신부의 삶과 정신, 예술 역량을 구성원들과 나누기 위해 영입했다”고 30일 밝혔다.
프랑스 도미니크수도회 소속인 김 신부는 임기인 2024년 7월까지 KAIST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창작 작업도 병행한다. 작업실은 중앙도서관인 학술문화관에 마련됐으며, 현재 내년 3월 완공 목표인 학술문화관 3층 천창(天窓)에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하고 있다.
주로 프랑스에서 활동해온 김 신부는 2019년 중부도시인 앙베르에 ‘김인중 미술관’이 세워질 정도로 유럽에서 영향력이 크다.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1965년 한국미술대상을 받은 전도유망한 화가였던 김 신부는 1974년 도미니크수도회에 입회하며 종교와 예술의 길을 함께 걸어왔다.
프랑스 샤르트르대성당과 생쥘리앵성당, 경기 용인시 신봉동성당 등 세계 50여 개 성당을 장식한 그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은 “천사가 그림을 그리면 이와 같을 것”(미술평론가 웬디 베킷·1930∼2018)이란 극찬을 받아왔다. 스위스 언론이 뽑은 역대 스테인드글라스 작가 10인에 앙리 마티스(1869∼1954), 마르크 샤갈(1887∼1985)과 함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김 신부는 자신의 작품을 “동양화도 서양화도 아닌 세계화(畵)로, 하늘을 보기 위해 무한히 앞으로 나아갈 뿐”이라고 설명한다. 2010년 프랑스 문화예술 공로훈장도 받았다.
KAIST는 10월 4일 열리는 세미나 ‘서치 더 퓨처(Search the Future)’에서 김 신부의 특강을 준비할 계획이다. 김 신부가 추구해온 예술이 디자인과 어떤 연계성을 지니는지 살펴본다. KAIST 관계자는 “산업디자인학과 중점 교육 부문인 조명색채와 공간에 대해 지도할 예정”이라며 “대학 전반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신부 역시 “뛰어난 과학도들이 자리한 KAIST에 오게 돼 무척 기쁘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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