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母 잃은 형제 “흑인-아시아계 잇는 다리 돼 증오범죄 맞설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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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 연쇄 총격으로 한인 어머니 잃은 혼혈 형제
“어머니 두 공동체 모두 사랑해”
美하원 회의 초청돼 연설하기도

3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으로 어머니를 잃은 로버트 피터슨(왼쪽), 엘리엇 피터슨 씨 형제. 형제는 증오범죄에 맞서기 위해 아시아계와 흑인 공동체의 통합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
3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으로 어머니를 잃은 로버트 피터슨(왼쪽), 엘리엇 피터슨 씨 형제. 형제는 증오범죄에 맞서기 위해 아시아계와 흑인 공동체의 통합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
“흑인과 아시아계 공동체를 묶는 다리가 돼 증오범죄에 맞서고 싶다.”

3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발생했던 연쇄 총격 사건으로 어머니를 잃은 한국계 미국인 형제가 증오범죄에 맞서기 위해 흑인과 아시아계 공동체 통합에 나선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엘리엇 피터슨(43)과 로버트 피터슨 씨(39) 형제는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의 희생자를 냈던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 당시 어머니 유영애 씨(65)를 잃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유 씨는 흑인인 주한미군을 만나 결혼한 뒤 미국으로 건너와 형제를 낳았다.

형 엘리엇 씨는 “아시아계와 흑인 혼혈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그때는 한국인이 아닌 사람에 대한 편견이 심했을 텐데 흑인인 아버지와 결혼해 나를 낳아준 어머니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형제는 어머니가 늘 아시아인과 흑인의 혼혈이면서 외적으로 흑인을 더 닮은 아들을 신경 썼다고 회상했다. 동생 로버트 씨는 “어머니는 우리의 이중적 정체성을 이해하고 두 공동체 모두를 사랑했다”며 “아시아인 사이에서 종종 흑인을 경멸하는 발언이 나올 때마다 어머니는 ‘흑인에 대해 그렇게 얘기하지 마라. 내 아들과 전남편은 흑인’이라며 이들을 말렸다”고 했다.

형제는 지난해 어머니의 걱정을 무릅쓰고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연쇄 총격 사건으로 어머니를 잃은 뒤 흑인과 아시아계 커뮤니티 양쪽으로부터 위로받은 것을 계기로 형제는 모두의 평등을 위해 두 공동체가 연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엘리엇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중국에서 시작됐다는 논란으로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 재앙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미국 사회에서 흑인과 아시아계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는데 이제는 들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로버트 씨는 최근 미국 하원 아시아태평양코커스(CAPAC) 회의에 초청돼 아시아계와 흑인이라는 두 정체성을 갖고 살아온 경험에 대해 연설하기도 했다. 형제는 흑인과 아시아계 공동체를 위한 재단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WP는 “1950, 60년대에 이민자 권리를 위해 함께 싸우기도 했고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이후에는 서로 불신하기도 했던 아시아계와 흑인 두 그룹이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을 계기로 협력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애틀랜타 연쇄 총격#증오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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