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거장, 한국인 차별 발언했다 뒤늦게 사과

뉴욕=유재동 특파원 , 신아형 기자 입력 2021-07-14 03:00수정 2021-07-1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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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출신 세계적 연주자 주커만
강의서 “한국인 예술성 DNA 없다”
아시아계 차별 논란 거세지자
“문화적으로 무감각” 한발 물러서
이스라엘 출신의 바이올린 거장 핀커스 주커만(73·사진)이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가 논란이 되자 뒤늦게 사과했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인 그는 공연을 위해 한국도 여러 번 방문했다.

12일(현지 시간) 재미 한국계 음악인 커뮤니티와 클래식 매체 바이올리니스트닷컴에 따르면 주커만은 지난달 25일 미국 줄리아드음악원 초청으로 온라인에서 공개 강의(마스터 클래스)를 했다. 그는 아시아계 학생 2명의 라이브 연주를 들은 뒤 “바이올린은 노래하는 악기다. 노래를 불러 보라”면서 “한국인들은 노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 악기를 연주할 때 ‘노래를 한다’는 것은 악보대로 정확히 연주해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곡을 서정적으로 잘 표현해 낸다는 뜻으로, 그는 한국 연주자들의 표현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때 한 학생이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절반은 일본 피가 섞였다”고 하자 주커만은 “일본인들도 노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시안 흉내를 내 노래하더니 “이렇게 하면 노래가 아니다. 바이올린은 기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주커만은 행사가 끝날 무렵에도 “한국인들은 노래하지 않는다. 그건 그들의 DNA에 없다”고 했다. 그의 발언은 즉각 파문을 일으켰다.

주커만은 그 다음 주 사과 성명을 냈다. 그는 “지난 클래스에서 나는 젊은 음악인들과 소통하려 했지만 내가 사용한 말은 문화적으로 무감각한 것들이었다”며 “돌이킬 수는 없지만 진실된 사과를 전한다”고 했다. 주커만이 교수로 있는 맨해튼음대 제임스 갠드리 학장도 “그의 사과가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하지만 그의 표현이나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주커만을 초청한 줄리아드음악원은 “그의 무감각하고 모욕적인 고정관념에서 나온 발언은 우리의 가치를 대표하지 않는다”면서 그의 마스터 클래스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참석자들에게도 사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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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뒷수습에도 미국 내 아시아계 음악인들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이달 9일 페이스북에는 미 클래식 음악계의 인종차별에 맞서기 위한 모임이 만들어졌다. ‘아시안 뮤지션 얼라이언스 커뮤니티’라는 이 그룹에는 사흘 만에 250여 명이 가입했다. ‘보이콧 주커만’이라는 해시태그도 이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주커만이 이전에도 중국 등 아시아계 학생들을 향해 인종과 관련한 문제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는 증언도 속속 나오고 있다. 그는 1967년 당시 가장 권위 있던 레번트릿콩쿠르에서 한국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73)와 공동 우승했고 이후 정경화와 오랜 라이벌 관계로 지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바이올린 거장#주커만#인종차별적 발언#한국인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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